브라질 멜루 자책골에 퇴장당해 패배 자초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무너뜨렸다.
네덜란드는 3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상대의 자책골과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의 역전골을 앞세워 2-1로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냈다. 브라질은 전반 초반 선제골을 넣고도 자책골을 내주고 수비수 펠리피 멜루의 퇴장 등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4강 진출 티켓을 얻었다. 네덜란드는 특히 1994년 미국 월드컵 8강 2-3 패배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승부차기 패배를 안겼던 브라질에 시원하게 설욕했다.
두 팀은 승리에 대한 열망만큼 초반부터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쳤다.
초반 주도권은 브라질이 잡았다. 전반 10분 수비수 펠리페 멜루는 중상선 부근에서 공격 리듬을 조율하다 문전으로 달려가는 호비뉴를 보고 한번에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호비뉴는 이 패스를 논스톱으로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만들었다.
선제골을 뽑아낸 브라질은 전반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30분에는 호비뉴의 돌파 이후 파비아누가 힐패스로 연결한 것을 카카가 감아차는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반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단조로운 공격에 그치며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브라질에 끌려가야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후반 브라질 수비수의 실책을 틈타 ‘행운의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8분 브라질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스네이더르가 왼발로 예리하게 공을 감아올렸다. 골문 안으로 휘어져 들어가던 공은 골키퍼와 겹치며서 중심을 잃은 수비수 멜루의 머리에 스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 선제골을 도운 멜루가 후반 자책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오른 네덜란드가 여세를 몰아 역전골까지 사냥했고 해결사는 역시 스네이더르였다.
네덜란드는 후반 23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로번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띄워 주자 카위트가 백헤딩을 했고 뒤로 흐른 공을 놓치지 않은 스네이더르가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바꿔 귀중한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1-2로 뒤진 브라질은 설상가상으로 후반 28분 로번과 볼 다툼을 하던 멜루가 거친 백태클에 이어 로번의 허벅지를 오른발로 밟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퇴장을 당해 10대 11의 수적 열세에 놓였다. 자책골에 이어 또한번 멜루가 브라질의 역적이 된 셈이다.
동점골을 노린 브라질은 카카가 1분 뒤 왼쪽 페널티지역을 돌파한 뒤 골키퍼와 1대 1로 마주하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수비수가 먼저 공을 걷어내 결국 네덜란드 역전 드라마의 제물이 됐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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