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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세트피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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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25 19:14:14 수정 : 2010-06-25 19: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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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피스(set piece)는 ‘계산된 행동’을 말한다. 영화나 연극에서는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한 예술적 표현이나 소도구 등을 세트피스라고 한다. 군사작전에서는 사전 계획에 따라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 내전 때 좌파 인민전선 정부의 공화군이 채택한 전략이 세트피스다. 주도면밀하게 세운 계획대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이끈 우파 쿠데타군에 패했다. 인민전선 내분 탓이다.

축구에서는 세트피스가 프리킥이나 코너킥, 페널티킥, 스로인 가운데 하나를 뜻한다. 상대편 선수가 반칙을 저지르거나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경기가 정지된 상태에서 경기를 재개하는 방법이다. 세트피스에서 사전에 약속된 대로 선수들이 움직이는 세트 플레이는 경기 향방을 결정짓는 변수가 되곤 한다.

오늘날 수비 위주의 전술이 확산됨에 따라 일시에 힘을 집중시켜 골을 낚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 4차례 월드컵 본선 득점 중 세트피스에 의한 골 비율이 30%를 넘어선다. 그래서 감독들은 세트피스 전략을 짜는 데 공을 들인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을 맡은 딕 아드보카드 감독은 코너킥과 프리킥의 기본 대형을 8가지로 구분하고, 선수들 각자에게 상대 수비수의 앞이나 뒤 등 특정 루트로 진격하라는 세부명령을 내려 세트피스의 성과를 높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들을 일시적으로 최전방에 배치하는 경우도 많다. 키커가 아니더라도 공중 볼을 다투다가 잡아내면 직접 골을 노리거나 공격수에게 공을 떨어뜨려 주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세트피스 강국으로 떠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4일 홈페이지에서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수확한 5골 중 3골을 프리킥 상황에서 만들어냈다”며 기성용, 염기훈, 박주영 등 3명을 세트피스 전문가로 꼽았다. 실제로 한국은 1986년 멕시코대회 이후 월드컵에서 넣은 27골 중 11골을 세트피스에서 거둬들였다.

우리 대표팀이 오늘 밤 우루과이와 16강전을 치른다. 조별 리그에서 무실점 행진을 한 우루과이의 철벽 수비를 넘어 골문을 뚫으려면 세트피스를 활용해야 한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 대표팀이 그동안 세밀하게 갈고닦은 세트피스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결초보은(結草報恩)’하기를 바란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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