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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현장에서] '나쁜남자' 촬영현장…"오늘 촬영은 진지모드예요"

입력 : 2010-06-26 15:34:54 수정 : 2010-06-26 15: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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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극 '나쁜남자' 촬영현장을 찾아서

         
쏘아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강인한 인상의 턱수염, 한쪽 입 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며 흘리듯 웃는 미소…. 

누군가를 떠올렸던가에 분명 '나쁜남자'의 이미지가 함께 스쳤을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혹시 드라마 '나쁜남자'에서 마성의 카리스마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김남길을 떠올리지는 않았는지…. 

SBS '나쁜남자' 촬영장에서 만난 김남길은 그런 첫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라는 '나쁜남자'의 조건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배려 없이 툭툭 던지는 말에도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힘, '나쁜남자'의 아우라가 촬영 현장 곳곳 김남길으로부터 전해졌다.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한 저택에서 열린 SBS 수목극 '나쁜남자' 현장공개는 김남길이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홍회장의 집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촬영장소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선우환(이승기)의 집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나쁜남자' 제작진이 굳이 이 장소를 택한 것도 '찬란한 유산'의 좋은 기운이 '나쁜남자'에도 미치길 바랐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홍회장의 '럭셔리 하우스'를 공개합니다
"집 내부로 들어오실 때, 신발을 벗어주세요. 값비싼 소품이 많으니 조심히 다뤄 주시구요!"
홍회장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한 제작진의 외침이 들려왔다. 과연 재벌 총수의 저택 답게 집안 내부에는 고급 가구와 전자제품이 즐비했고, 인테리어도 무척 공을 들인 모양새였다. 저택 앞에는 푸릇한 잔디들이 넓게 깔려있고, 정원 한 켠에는 별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2층 테라스의 큰 창 너머로는 비슷한 규모의 고급 저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고급 팬션 느낌이었다.        

이날 홍회장 집에서 촬영은 김남길과 한가인의 출연분으로만 채워졌다. 촬영 첫 신은 김남길과 한가인이 홍회장의 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다. 일본에 다녀온 건욱이 홍회장에게 보고하러 왔다가 신여사에게 유리가면을 못 구해왔다고 말하러 온 재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홍회장 집에서 홍태성(김재욱)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한가인을 바라보는 김남길의 미묘한 감정이 화면에 그려져야 한다.

"홍태성 어딨어? 같이 온 거 아니었어? 아니, 홍태성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같이 온다고 한 거 같아서…" 속마음을 애써 감추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사만으로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다. 촬영 막간에 말을 보태는 것이 미안할 만큼 현장은 사뭇 진지했다. 혹여 작은 소리라도 새어 들어가지 않을까 촬영진과 취재진 모두 숨을 죽였던, 조심스러운 촬영이었다. 

 "가인아, 대사 다 외웠니?"  
김남길과 한가인은 서로 대사를 맞춰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라마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인지, 감정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서인지 두 배우 모두 쉽사리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나쁜남자'의 건욱과 재인에 완전히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나쁜남자'는 해신그룹에 입양됐다 파양된 후 모든 것을 잃은 건욱(김남길)이 벌이는 복수와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해신그룹 장녀로 건욱과 위험하고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태라(오연수), 신분상승을 위해 재벌 2세 홍태성(김재욱)에게 접근하지만 건욱에게도 끌림을 느끼는 재인(한가인), 해신그룹 막내딸로 건욱에게 첫사랑의 열병을 느끼는 모네(정소민)가 김남길을 둘러싼 여자들이다.

감독과 의견을 맞춰보는 두 배우.  "감독님, 한번 더 갈까요?"
김남길과 한가인은 비슷한 연배여서인지 호흡을 맞추는 데 편안한 분위기였다. "김남길은 장난기가 너무 많다. 나보다 한살 많은 김남길이 장난을 치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장난을 많이 친다. 원래 자기스타일라서 못 고친다고 하더라"는 한가인의 말대로라면 장난꾸러기 같은 김남길의 모습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겠지만 이날 김남길은 건욱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선지 연신 진지한 분위기다.

기존 작품들에서 늘 아프고 시린 사랑에 가슴앓이 역할을 해왔던 김남길은 '나쁜남자'에서는 사랑이 이루어질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세 여자 중 누구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얻을지 모르지만 이번작품에서는 사랑을 얻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나쁜남자'에서 수염을 기르고, 유독 모자를 자주 쓰고 나오는 김남길은 "극중 건욱이 혼자 있을 때나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신을 찍을 때, 모자를 써서 눈만 보여주면 느낌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 같다며 감독님이 제안하셨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수염을 기르는 것은 어려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다른 캐릭터와 붙을 땐 괜찮은데 연수 누나랑 붙는 신에서는 실제 나의 모습보다 중후한 외형적 느낌을 줘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덕여왕' 후반부의 비담과 이번 '나쁜남자'의 건욱이 오버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에서 수염 기르는 것을 고민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비담을 벗어던지고 다른 모습을 못 보여줄 바엔 비담을 현대식으로 가져오자고 생각했다"며 수염은 건욱 캐릭터를 표현해주는 장치라고 말했다.

한가인은 출세를 위해 의도적으로 홍회장의 아들, 홍태성에게 접근하는 재인 역을 맡았다. 김재욱과 김남길, 비록 연기지만 멋진 두 배우와의 호흡은 훈훈할 듯하다. "두 캐릭터 중 한명을 택하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건욱과는 비슷한 점이 많아서 끌리는 면이 있을 것 같고, 태성은 엄마처럼 보듬어주고 싶은 맘에…돈도 좀 있고. (웃음)" 한가인은 두 캐릭터 중 어느 한 명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화제가 됐던 김남길과의 키스신은 어땠을까. 즉각 "불편했다"는 한가인의 답이 돌아왔다. 한가인은 "서로 낯선 상태에서 촬영하면 더 편했을 수 있는데 가까워지려던 즈음이라 불편함을 느꼈다"고 키스신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여기 또다른 '나쁜남자' 김재욱이 있다. 단발머리가 어색하지 않은 남자배우는 흔치 않다. 김재욱은 용인에서 촬영신이 없지만 현장공개 인터뷰가 있다는 소식에 촬영장을 찾았다. 

그 역시 아픔을 가진 재벌 2세로 등장,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고 있다. 단발머리는 자유분방한 재벌 2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그의 도전이었다. 

김재욱은 "단발머리가 재벌 2세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하는 데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에 시도하게 됐다"며 "많은 남성들이 하지 않는 헤어스타일인데 잘 소화하면 고급스러워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위험할 수도 있는데 단발머리에 욕심이 나서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거다"라고 밝혔다. "욕도 많이 먹었다. 사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나쁜남자' 김남길의 유혹에 넘어가는 또 다른 여자, 오연수도 촬영장을 찾았다. 김남길과 호흡을 맞추는 오연수의 마음은 어떨까. "워낙 팬이 많고 인기도 많으시니… 멀리 촬영장에서 봐도 멋있더라. 게다가 연기까지 잘하고, 목소리가 좋아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배우와 함께 연기하니 기분 좋다"라며 상대배우 김남길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연수는 "아마 태라가 어릴 때부터 재벌가에서 자라면서 연애도 없이 정략 결혼한 케이스라서 건욱에게 빠져드는 것 같다.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여자에게 점점 사랑이 피어나면서 끌림을 느끼는 듯하다"고 건욱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개연성을 설명했다.

촬영현장 공개는 예정보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됐다. 촬영이 지연되면서 전체적인 일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감독님,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더 갈까요?" "한번만 더 찍을게요" 배우들과 감독들의 요구는 몇 차례 촬영을 더 가져가게 만들었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완벽한 '나쁜남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그들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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