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캐릭터… 재기발랄한 패러디… 최첨단 3D도 한 몫
동화 패러디와 진화된 캐릭터, 적절한 성우 캐스팅 등으로 흥행 가도를 달려 온 슈렉 시리즈가 10년 만에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2001년 미국의 드림웍스에서 윌리엄 스테이그(William Steig)의 동화를 원작으로 첫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 은 내달 1일 개봉하는 제4탄 ‘슈렉 포에버’로 시리즈의 방점을 찍게 된다. ‘슈렉 포에버’(감독 마이클 미첼)는 애니메이션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슈렉 시리즈 성과물들의 진수를 제대로 음미해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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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슈렉 포에버’. 패러디와 캐릭터 스토리를 통해 차용의 미학을 잘 버무려 내고 있다는 평가다. |
◆기술적 성취와 3D=빛에 반사되는 눈동자의 움직임, 한 올 한 올 움직이는 머리카락의 흩날림,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첨단 소프트웨어 개발은 진화된 캐릭터를 창출해 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재기 발랄한 패러디로 가득한 스토리.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기존의 동화를 신나게 비틀고, 조신한 공주와 순수한 왕자 대신 내숭 없는 공주와 못생긴 초록 괴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뒤집기의 재미를 준다. 이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최초로 2001년 제 5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애니메이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슈렉은 지난 5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2408번째 스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미키마우스, 도날드 덕, 곰돌이 푸우 등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슈렉 포에버’는 영화 역사상 가장 입체적인 발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인트루 3D로 제작되었다. 인트루 3D 기술을 통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은 진짜 살아 움직이는 피부를 얻고, 캐릭터를 둘러싼 공간은 생생한 깊이와 부피감으로 다가온다. 예컨대 여전사로 변모한 피오나가 투구를 벗을 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더욱 사실적인 표정 표현이 가능해짐에 따라 눈썹 위치를 미묘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세 쌍둥이의 생일 파티에서 짜증이 난 슈렉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스크린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슈렉 포에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슈렉이 럼펠의 궁전에서 탈출하기 위해 마법 빗자루에 올라타고 궁전을 누비는 장면이다. 최첨단 3D 기술로 더욱 깊고 넓은 공간의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마법 빗자루의 질주, 마녀들의 호박 폭탄으로 아수라장이 된 궁전 내부의 추격장면이 더욱 실감나게 그려진다.
◆패러디와 진화하는 캐릭터=4탄까지 이어오는 동안 늪지대의 못생기고 험상궂은 초록 괴물 슈렉도 진화를 거듭했다. 1편에서 피오나를 만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슈렉은 2편에서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3편에서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슈렉 포에버’에서 만약 슈렉이 피오나를 구하지 않았다면, ‘동키와 장화신은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다면’이란 가정에서 스토리를 확장해 나간다. 결국 너무나도 유명한 슈렉, 피오나, 동키, 장화신은 고양이를 ‘완전 딴판’으로 뒤바뀐 세상에 떨어뜨려 그들이 변화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식이다.
특히 멋지게 칼을 휘두르며 암고양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푸짐한 몸매로 변신해 슈렉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처럼 기존의 캐릭터를 비틀고, 패러디하는 신선한 발상은 슈렉의 마지막 모험담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고양이는 ‘슈렉2’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날렵한 몸매와 화려한 칼솜씨로 카리스마를 뽐내는 킬러이지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두 손을 모으고 동글동글 큰 눈망울로 상대방을 애절하게 쳐다보는 필살 애교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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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슈렉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개그맨 이수근. 그는 악당 럼펠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 |
◆스타 보이스 더빙= 슈렉 시리즈에서 가장 강력한 악당인 럼펠스틸스킨. 일명 럼펠은 ‘단 하루의 자유’를 미끼로 슈렉을 유혹해 ‘겁나 먼 왕국’을 차지한다. 자비를 모르는 악랄한 성격이지만 달콤한 말솜씨와 탁월한 회유 능력을 지닌 럼펠의 목소리는 개그맨 이수근이 맡았다. KBS 리얼 버라이어티 ‘1박 2일’에서 멤버들과 스태프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국민 앞잡이’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수근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럼펠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다른 캐릭터 목소리는 전문 성우들이 맡았다. 원화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을 했다. 슈렉 역은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 피오나 역은 ‘미녀 삼총사’의 캐머런 디아즈, 동키 역은 ‘드림 걸스’의 에디 머피, 장화신은 고양이는 ‘스파이 키드’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맡았다.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슈렉 전편에 출연해 시리즈의 연계성을 높여 주었다.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연기자들이 다큐프로그램 등에서 목소리를 더빙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대중적 친근감을 준다는 점에서 흥행에 플러스 알파가 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연기로 다져진 경륜이 감정이입을 촉진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 몰입도를 높여준다는 얘기다.
덤으로 ‘슈렉 포에버’에서는 한국의 전통 무용인 부채춤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용덕 레이아웃 총괄 감독이 현지 댄서들에게 부채춤을 익히게 한 후 댄서들의 동작을 캡처해 3D 영상으로 옮겨 더욱 생생하고 인상적인 댄스 장면을 만들어 냈다. 영화 속 상황에 맞게 부채는 방패로 대체 됐지만, 피리부는 사나이의 피리 연주를 듣고 집단 최면에 걸린 슈렉과 피오나, 오거들이 일제히 방패를 들고 한국의 부채춤을 멋지게 소화하는 장면은 ‘슈렉 포에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한국의 비보이 댄스팀 T.I.P의 안무도 사용 됐다. 다양한 분야의 차용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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