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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의료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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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04 19:10:20 수정 : 2010-06-04 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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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치료법 다양한 의견 많아
환자·의사 ‘공감’ 나누며 결정해야
거리마다 각종 플래카드로 가득 찼던 선거철을 지내면서 사람들의 의견이 참 많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상황을 두고도 판이하게 다른 해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은 비단 정치 분야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식의 차이는 의료 분야에서도 비일비재한 이슈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필자가 진료할 때마다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선우성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교수·가정의학
무릎이 아파 동네 병원에 갔더니 어느 곳에서는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으라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수술을 하자고 한다. 어떤 의사가 맞는가? 어지러워 신경과를 찾아갔더니 뇌를 촬영한 후에 보자고 한다. 뇌 촬영 비용은 80만원이 넘는데 꼭 찍어야 하는가? 갱년기 증세가 심해 동네 병원에 갔더니 새로 나온 치료를 권한다. 그런데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는 의사가 위험할 수 있으니 아직은 그 치료를 하지 말라고 했단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학처럼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중요한 분야가 이렇게 불확실한 부분이 많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물론 응급처치나 암 수술 같이 중요하고 치명적인 부분은 최선의 의료법에 대해 상당 부분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덜 치명적인 분야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업적인 의도를 제외하고 불확실한 분야가 생기는 원인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실제로 연구 결과나 지식이 부족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경우이다. 특히 수술 적응증은 수술을 권할 만한 심한 환자가 있고, 그런 치료가 필요치 않은 가벼운 환자가 있지만 그 ‘중간’을 차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중간 그룹에 대해서는 연구 자체가 많지 않고 상이한 연구 결과가 상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중간 그룹의 환자에 대해서는 담당 의사의 신념과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치료법을 권하게 된다. 한 의사는 맞고, 다른 의사는 틀리는 것이 아니다.

둘째, 전문의와 1차 진료의의 생각 차이다. 세부 전문의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처럼 정확한 진단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자신이 진료의 마지막 단계 의사로서 중한 병을 놓쳐서는 안 되므로 좀 더 정밀한 검사를 권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네의 단골 환자를 주로 상대하는 1차진료 의사들은 비정상으로 나올 확률이 별로 없는 경우가 아니면 검사하는 것을 반대하는 편이고, 진단만 다르고 치료는 똑같다면 정밀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냥 치료부터 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 두 그룹의 의사 모두 장단점이 있다.

셋째, 개인의 취향 문제이다. 진보적인 의사는 수술적인 방법과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다. 반면 보수적인 의사는 새로운 약도 다른 사람이 써 본 다음에 쓰고, 수술도 가능하면 늦게 권하는 측면이 있다. 누가 더 현명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주장과 반대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는 경우이다. 어떤 파격적인 연구 결과가 일단 크게 발표되면 그 이후에 나오는 반대의 결과는 앞 연구의 그늘에 파묻혀서 빛을 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는 새 연구 결과를 늘 접하면서 자신의 의학지식을 계속 향상시켜야 하는데 연구 자체가 상반되게 나오면 다소 난처하게 된다. 소위 ‘전문가 의견’이라도 한 방향으로 모이면 좋지만 다른 경우 평소 자기가 원하는 쪽의 의견을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진료실에서 치료법에 대한 갈등이 있게 되면 환자들은 담당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정보는 물론 직간접 경험과 희망사항까지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의사는 현재까지의 의학정보의 현실을 충분히 쉽게 표현하고 나서 서로 상의한 후 결정하는 문화로 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선우성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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