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선 “규제 근거없어”… 선관위에 떠넘겨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인도나 안전지대 등에 불법으로 주·정차해 선거운동을 벌이는 유세 차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출·퇴근시간에 도로 곳곳을 불법 점거한 유세 차량들로 교통이 혼잡해지고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마저 높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사는 조모(33·여)씨는 “파출소 앞 주·정차금지 구역에 유세차량이 불법으로 주차하고, 선거운동원들이 이면도로에 늘어선 탓에 출근길이 매우 혼잡했다”며 “차가 막혀 불편하기도 하지만 위험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상 유세 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단속할 근거가 없어 단속 의무가 있는 기관에서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선거 유세 차량은 ‘치외법권’ 차량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학원생 박모(31)씨는 “선거법이 도로교통법보다 상위법이냐”며 “선거운동 기간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시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도로교통법을 유세 차량이라고 적용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양주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네티즌도 경기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선거 홍보차량의 불법 주·정차에 대해 시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차량은 불법 주·정차를 해도 무관한 것이냐”고 적었다.
공직선거법은 73조에서 도로변이나 광장 등 공개 장소에서 유세차량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구청이나 시청 측에서도 선거법이 허용하는 선거 운동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선거 차량의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 민원이 많은데 선거법이 허용한 선거운동이라 일반 차량처럼 단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관할 구 선관위를 통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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