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신청 100만건 중 절반이 6개월 이상 대기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부상한 제대 군인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부실한 처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부상한 전역 군인은 약 3만7000명이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을 공격한 이래 약 519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425명은 올해 다쳤다. 또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한 이후 현재까지 약 3만1176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부상하고, 참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지난 4월 현재 9만955명으로 집계됐다고 미 의회 전문지인 CQ 리서처 최신호가 밝혔다.
그렇지만 이들이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한국전쟁,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등 미군이 참전한 역대 전쟁에서 부상한 퇴역 군인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가보훈처에는 현재 약 100만건의 부상 치료 신청서가 접수돼 있다. 이 중에 약 50만건은 신규로 접수된 서류이다. 국가보훈처에 치료 신청서를 제출한 후 6개월 이상 기다리고 있는 부상 전역 군인도 50만명에 달한다. 국가보훈처가 치료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아 재심을 신청해놓고 5년 이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20만명에 이른다고 CQ 리서처가 전했다.
미군은 모두 지원병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 의무병 제도 시절에 비해 그 숫자가 적으나 전쟁에는 더 빈번하게 투입되고 있다. 참전 경험이 있는 미군 중 약 3분의 1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외상성 뇌손상 (TBI), 우울증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국방문제 전문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가 최근에 낸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PTSD는 큰 사고나 전쟁 등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악몽, 환각, 불면 등의 정신질환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번 전쟁에 투입된 군인 중 PTSD 유병 비율은 12%였으나 3번 이상 참전한 군인 중에서는 그 비율이 27%로 올라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