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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가 춘향의 진정한 사랑이었다면?

입력 : 2010-05-28 13:04:10 수정 : 2010-05-28 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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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현대적 관점서 고전 재해석
야심가 몽룡·현실파 춘향·순정파 방자… 묘한 삼각관계
배우 김주혁과 류승범을 놓고 누가 각각 이몽룡과 방자역에 어울리는지 물어보자. 십중팔구 깔끔한 김주혁이 몽룡, 개성적인 류승범이 방자역이라고 꼽을 것이다. 이를 뒤집은 캐스팅이 성공할까. 6월3일 개봉하는 ‘방자전’에선 역발상 캐스팅이 효과 만점이다. 영화는 고전 춘향전을 뒤집은 이야기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비틀어 역사를 희롱하고 상상을 전복한다. 그렇다면 배우 캐스팅부터 관객의 예상을 깨야 이야기에 힘이 실릴 것이다.

#춘향전은 잊어라


우리가 알고있는 춘향전이 사실은 거짓이라면? 이름도 없는 몸종 방자가 춘향이의 진정한 사랑이었다면? 영화는 이런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감독이 상상한 춘향전의 정본 ‘방자전’은 이렇다.

방자는 몽룡을 따라 기생집에 갔다 기생딸 춘향에게 한눈에 반한다. 춘향 역시 그저그런 몽룡보다 남자답고 믿음직한 방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신분 상승의 꿈을 접을 수 없는 춘향은 몽룡을 포기할 수 없다. 춘향은 몽룡과 하룻밤을 보내고 서약을 맺는다. 시간이 흐르고 몽룡은 장원 급제한뒤 남원 고을로 돌아온다. 출세에 목을 맨 몽룡은 춘향에게 모종의 거래를 제안한다.

‘방자전’은 형식만 사극일뿐 현대극이다. 현대적 관점에서 고전을 재해석해 숨은 재미를 찾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캐릭터를 만드는데 힘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방자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서도 양반에게 마냥 굽실거리진 않는다. 가끔은 주인 몽룡과 대등한 위치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춘향을 위해선 목숨도 내놓는 순정파다. 몽룡은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양반이 아닌 출세지향적 야심가다. 그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사랑이나 우정따윈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춘향 역시 만만찮다. 그녀는 지고지순한 정절녀가 아닌 사랑과 신분 상승을 모두 쫓는 현실적 여성이다. 

이들은 묘한 삼각관계 속에서 자신의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비밀 하나씩 품고 있는 것처럼 대사, 표정, 몸짓이 신중하다. 스릴러 같은 분위기가 감도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들 캐릭터는 현대 통속극과 막장 주말드라마에서 익히 봐왔던 인물들과 흡사하다. 비록 식상한 캐릭터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그것도 춘향전의 인물로 되살아나면 의외의 신선함이 묻어난다.

아쉬운 건 기왕 고전을 뒤집기로 했으면서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부치지 못했느냐는 거다. 춘향전은 여성의 입으로 가부장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체제 순응 작품이다. 백성들이 딴 데 한 눈 팔지 못하도록 지배세력이 만들어낸 정치적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는 오리지널이 갖고있는 보수적 가치관을 깨진 못했다. 극중 춘향은 팜므파탈 기질을 언뜻 내비치긴 하지만 남성에 좌우되는 수동성을 극복하진 못한다. 춘향이 신분 상승이 아닌 계급 타파를 외쳤다면 ‘방자전’은 마르크스에 버금가는 혁명서가 됐을 것이다.

#은밀해진 색(色), 짙어진 농(弄)

‘방자전’은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작가이자 ‘음란서생’을 만든 김대우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꾸준히 에로티시즘과 사극을 접목해왔다. ‘방자전’에는 ‘스캔들’의 은밀한 에로티시즘과 ‘음란서생’의 발칙한 성적 농담이 모두 녹아있다. 색과 농은 서로 뒤엉켜 ‘춘향전 뒤집어보기’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영화의 저울추가 ‘색’보다 ‘농’에 기운 느낌이다. 끈적끈적하고 파격적인 색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베드신은 최대한 은밀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됐다. 에로티시즘은 베드신이 아닌 성적 농담으로 완성된다. 마노인이 전설의 연예 고수 장판봉 선생을 회고하는 장면이나 성도착자로 설정된 변학도의 언행에선 웃음이 빵빵 터진다. 연예 필살기로 소개되는 일명 ‘툭’기술이나 ‘뒤에서 보기’ 에피소드를 보면 감독의 남다른 성적 해학에 탄성을 낼 수밖에 없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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