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격한 규율과 훈련을 통해 소수 정예로 양성된 아사신들은 대부분 혼자 암살에 나섰는데 군중이 많은 공공장소를 택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존재와 의도를 알리고 공포감을 더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에서 포위당해 죽임을 당하곤 했지만,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골수까지 박힌 신앙심과 절대복종의 조직기강, 마약 복용을 통한 환각 상태가 공포를 뛰어넘게 했다.
일본의 신선조, 오스만투르크의 예니체리, 가톨릭의 템플기사단, 나치의 게슈타포 그리고 지난 1월 중순 두바이 암살사건으로 주목을 받은 이스라엘 모사드에 이르기까지 비밀 조직의 성공 키워드는 충성심이다. 일당백 실력에다가 기꺼이 목숨까지도 내놓는다면 못할 일이 없다. 이중삼중의 경계망을 뚫고 강행되는 이슬람 자살폭탄테러가 두려운 이유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테러를 실행에 옮기기 한참 전에 ‘테러 세포(행동대원)’를 심는다. 평범한 회사원이나 노동자로 생활하다가 지령이 떨어지면 테러를 실행한다. 이들을 은어로 ‘슬리퍼(Sleeper)’라 한다. 파키스탄의 훈련캠프 등에서 폭력기술과 정신무장 훈련, 폭탄 제조법을 배운다. 5달러만 있으면 할인점 등에서 질소비료, 설탕, 금속조각, 플라스틱 튜브 등을 사 폭탄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평소 폭탄이나 위험물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적발이 어렵다.
슬리퍼는 세계 각국의 모스크나 대학캠퍼스에서 차출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들어와 있는 이슬람 성직자와 학생이 적잖다. 슬리퍼의 특성상 수개월 내지 수년씩 평범한 이웃으로 위장해 활동하면서 지령을 기다린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슬리퍼로 의심되는 인물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불상사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임국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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