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이나 장희빈, 인현왕후는 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이병훈 PD만 해도 조연출이던 1971년과 ’조선왕조 500년’을 만들던 1988년 이미 2차례나이들의 이야기를 화면으로 옮겼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동이’ 이전까지 이들 캐릭터는 비슷한 느낌이었다. 숙종은 절대 군주의 전형이었고 장희빈은 악녀, 인현왕후는 선한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이 PD는 영조의 어머니였던 동이의 이야기를 만들며 이 인물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미 ’깨방정’ 숙종이라는 별명으로 화제가 된 숙종에게는 카리스마와 현실적인로맨티스트의 모습을 추가했으며 악녀의 모습만 강조되던 장희빈에게는 영리한 정치가라는 세련된 옷을 입혔다. 인현왕후의 경우,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될까 봐 불안한 모습이다.
이 PD는 6일 경기도 용인시 ’동이’의 세트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왕은 천편일률적으로 근엄하고 엄숙한 모습만 보여질까, 분명 왕 중에서는 세종대왕이나 정조 같지 않고 제멋대로인 왕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르게 해석해보자 결심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숙종은 임금의 지성과 통찰력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 같은 수준의 행동도 많이 했을 법하다”며 “14살에 왕위에 오르면서도 수렴청정을 거치지 않았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있는 절대군주였지만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카리스마가 약한 왕이 함부로 행동했다면 신하들에게 공격당했겠지만, 숙종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신하 눈치 안 보고 궁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할 수 있는 거죠. 물론, ’허당’이니 ’깨방정’이니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왕이 체통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나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고 결심했죠. 자유분방하면서 로맨틱한 왕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숙종의 캐릭터가 한층 깊이가 있어지면서 장희빈(이소연)의 모습도 변해간다. “그렇게 카리스마가 있는 임금이 왜 왕비인 희빈을 죽였을까 생각해봤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려는 왕비의 음모가 화근이 됐을 것 같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희빈은 ’태어날 때부터 왕비가 되려고 한 여자’라고 설정하고 있습니다. 왕과 국사를 논할 만큼 똑똑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죠. 여기에 미모도 있고 남인이라는 든든한 배경 세력도 있으니 왕비의 자리까지 오른 것입니다.”
이 PD는 “그런 장희빈이 결국 ’실패’를 하는 것은 숙종을 인간적으로 너무나 사랑했다는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며 “그녀의 자존심은 자신의 아들이 동이의 아들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게 결국 최후를 맞이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 PD는 결국 콤플렉스가 제일 큰 인물은 장희빈이나 동이가 아니라 인현왕후라고 봤다. 자식이 없는 인현왕후는 왕위를 이을 수 없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게 이 PD가 내린 해석이다.
동이 캐릭터를 설명하면서는 한효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PD는 “항상 여주인공을 전문성도 있고 총명하며 밝고 명랑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게 한효주로 인해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장금’ 때는 이영애씨가 이미 30대 중반이었던 데다 성격 자체가 차분하고 가라앉아있었거든요. 그런데 ’동이’의 한효주씨는 밝고 명랑한데다가 유머도 넘쳐요. 동이가 노비이니 아직은 품위가 있게 행동하지 않아도 되고요. ”
이 PD는 최고 시청률 64.4%의 ’허준’(2000년)이나 57.8%의 최고 시청률을 보였던 ’대장금’(2004년), 35.4%까지 시청률이 올라갔던 ’이산’(2008년) 등 만드는 작품마다 경쟁작들을 초월하며 큰 인기를 모은 히트작 제조기다.
이 PD는 “스토리와 캐릭터, 2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 재미있게 만들어내느냐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라며 “아직 가마솥 시청률이라 할 만큼 시청률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조만간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편완식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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