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벚꽃 아래 웨딩 촬영하는 중국 커플

관련이슈 세상 이야기

입력 : 2010-04-27 10:01:47 수정 : 2010-04-27 10:01:47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국회 의상당이 있는 여의도의 벚꽃 축제는 서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침울해 있어서 이런 저런 시끄러운 이벤트는 줄였다고 하나 동남아 관광객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듯 하다.

벚꽃이 마치 꽃의 궁궐을 들어 가는 듯한 우람한 꽃 동굴 같다고 할까? 한강의 물 빛깔이 잘 어우러지고 하늘의 청명한 빛갈 마저 하얀 구름이 둥실 떠가니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를 표현할 길이 없다. 하얀 벚꽃은 마치 눈송이가 뭉쳐진 것 같기도 하다.

여기 저기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데 들리는 언어가 낯설다.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가 간간히 들리고 중국어 비슷한 발음들이 들린다. 실상 그들이 모두 중국인들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태국이나 필리핀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회 의사당의 비잉 한 바퀴 돌게 되어있는 벚꽃 축제는 주소가 영등포에 속한다. 영등포 구민 센터의 이런 저런 관리 문구가 쓰여있다. 쓰레기를 가져 가라든가 여기 저기서 열리는 문학 축제 같은 표어도 눈에 띈다. 의사당 뒷길을 걸어 가는데 중국어인 듯한 말이 들리며 신랑 신부가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일생에 한번 하는 인생의 출발점인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신랑 신부가 아주 신선하게 보인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들이 곧 중국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여의도 벚꽃 아래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를 아주 좋아 하는 신랑 신부임엔 틀림없다. 어느 나이 많은 듯한 노처녀가 시샘이 나는지 왜 자기 나라에서 웨딩 촬영 하지 여기서 할까 하고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한마디 던진다. 그들이 한국어를 못 알아 들었기를 바란다.

쓸데없는 참견이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디서 하건 그들은 축복받은 결혼을 하는 한 쌍인 것 이다. 무한한 찬사를 보내고 싶은 아름다운 한쌍이거늘 왜 그런 소리를 하는 지 이해가 안 간다.

벚꽃은 반짝거리고 아름다움을 마음껏 자랑하고 하늘은 아주 푸르고 청명한데 한강 저편에 지나가는 모터 보트는 한 폭의 그림이다. 서울은 찬양 받는 도시이고 서울은 축복 받은 도시이고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한강은 서울의 자랑이고 우리의 자존심이다.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가 낭만이다. 아주 머리 보이는 산은 아마 연세대학교 뒷산인 것 같다. 가까운 곳에 먼 곳에 여기 저기 크고 작은 혹은 높고 얕은 산들이 도시와 함께 존재 하고 한강의 줄기를 따라 자전거 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고, 소설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신비의 나라처럼 내 눈에 비치는 여의도는 신비하기만 하다.

오랜 이민 생활에서 잊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 몇 십 년 전엔 보이지 않던 그 모든 고국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서서히 내 눈 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여의도 벚꽃은 활짝 피었고 사람들의 마음이 천안함 사건으로 얼룩지고 상처 받은 잔인한 4월은 '나는 모른다' 하고 자연의 섭리에 절대로 순응하니 이제 오는 5월에게 벚꽃도 개나리도 자리를 내주고 푸른 잎사귀 들이 다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하겠지 하고 생각한다.

웨딩 촬영을 하는 중국인 신랑 신부가 아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빌어 보면서 당산 동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 오늘의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유노숙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50.blogspot.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