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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매력적인 영국 남자 배우들 제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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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22 13:45:52 수정 : 2010-04-22 13: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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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숀 코네리와 안소니 홉킨스를 비롯하여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휴 그랜트 그리고 콜린 퍼스에 이르기까지 50살이 넘은 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영국 출신의 남자배우들 중 다섯 명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50살 미만의 후배들 중에 세계의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영국 출신 남자 배우들을 살펴볼 차례이다.

후배라고는 하지만 헐리우드를 매료시킬 때의 평균 연령은 서른이 훌쩍 넘어선 이후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마냥 푸릇푸릇하고 젊다기보다 머나먼 한국에까지 알려질 무렵에는 제법 중년 티가 나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롭게 익어가는 성숙함이야 말로 남자 배우가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미덕이 아니던가. 이역만리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할리우드를 통해 세계의 여심을 흔들어 놓았던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더욱 멋있게 갈고 닦아가며 걷고 있는 다섯 명의 후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불혹을 앞두고도 여심을 매혹시키는 남자들

 

13년 전 영국에서 만들어진 감각적인 영화 <트래인스포팅>은 개봉과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주연이었던 이완 맥그리거도 단박에 스타가 되었다. 깡마른 몸매와 삭발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젊음과 에너지를 마약과 게으름에 방치한 채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심심할 때면 들어오는 지하철과 달리기 대결을 하는 무모한 청년은 보편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결코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규칙적이고 아름다운 것부터 온갖 추잡한 것까지 세상의 모든 감정을 그대로 투영시키는 수정 같은 눈동자를 지닌 스물여섯 살의 이완 맥그리거는 패배자의 느낌이 물씬 나는 주인공 ‘마크 랜턴’을 연기하며 교묘하리만치 영리하게 관객을 동화시켰다. <트래인스포팅>의 주인공 캐릭터인 ‘마크 랜턴’은 이완 맥그리거라는 계산적이지 않은, 계산적이지 못한 본능적인 감수성이 탄탄한 연기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지닌 배우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트래인스포팅> 이후로 이완 맥그리거의 배우 인생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그는 장르와 흥행성을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엠마>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해 동네 처녀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엄친아 역할을 하기도 하고, 당시 떠오르는 샛별 카메론 디아즈와 호흡을 맞춘 <인질>에서는 춤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뮤지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벨벳 골드 마인>에서는 출중한 노래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을 거느린 대작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다스 베이더로 거듭나게 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 자상하고 강직한 아버지 같은 스승이었던 제다이 기사 오비완 캐노비를 연기하며 출중한 광선검 액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춤, 노래, 액션 등 세 가지 재능을 모두 훌륭하게 발휘하던 그는 2002년 <물랑루즈>를 통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아낌없이 뿜어냈다.

할리우드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하며 배우로써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100% 충실하게 사용하며 살아가는 이완 맥그리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 속에 흡수되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강력한 내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관객들의 시선을 조용히 집중시킨다.

이완 맥그리거가 분주하리만치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을 하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내공을 키웠다면 21세기의 알랭 들롱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타고난 주드로는 그와 정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아름다운 외모는 어느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던 캐릭터보다 ‘얼굴’ 그 자체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행하고 감사한 일은 그가 굳이 외모를 망가뜨리는 작품만 골라가며 억기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조급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눈부신 외모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그는 조각 같은 얼굴이 그 무엇보다 꼭 필요한 작품들을 하나씩 섭렵해갔다. <리플리>의 세상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어서 리플리의 자격지심을 자극하는 완벽한 딕키, 4명의 여자를 동시에 유혹하는 작업의 기술만큼이나 완벽한 스타일링으로 패션에 관심이 있는 남자들의 필수 관람 영화가 된 <나를 책임져, 알피>의 바람둥이 알피, <A.I>에서 돈 많고 외로운 여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 지골로 등이 바로 그가 자신의 외모를 정공법으로 이용한 작품들이다.

반면에 그는 그토록 멋진 외모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나쁘게 말하자면 구질구질하고 좋게 말하자면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남자 캐릭터도 종종 연기하곤 했다. 엄청난 스케일의 전쟁 영화 <에너미 엣 더 게이트>나 <콜드 마운틴> 등에서도 그는 오히려 가슴 저린 로맨스를 통해 진가를 발휘했으며, 씩씩한 여자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클로저>와 <로맨틱 할리데이>에서도 역시 그랬다. 사귀는 것도 아니지만 말없이 떠난 여자를 기다리며 파이를 굽던 <마이 블루베이 나이츠> 또한 ‘얼굴값’과 반비례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지만 소극적인 남자의 전형이었다.

진정한 멋이 꽃피는 나이, 서른 주변의 남자들 

 

타블로와 구혜선이 합쳐서 약 3초가량 출연한 영상으로 한국에서 유난히 화제를 모았던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는 오래도록 활동을 해왔지만 외모에 비해 유난히 인지와 기회가 더디게 오는 것 같아 안타깝게 지켜보던 배우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가 출연했다. 홀려들 것처럼 신비로운 눈과 중성적인 아름다움으로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는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이다. 스물 한 살, 갓 피어나기 시작한 젊음을 양분으로 한 아름다움이 온 몸에 흐르던 바로 그 때 출연한 <벨벳 골드 마인>은 결코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 아니지만 입소문을 탔다. 마치 인간의 영역을 멋어난 것처럼 신비로운 미모를 지닌 보컬 브라이언 슬레이드를 연기한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알음알음 그에게 매료된 팬들은 그가 얼른 수면 위로 떠오르길 바라며 차기작을 기다렸지만 그의 출세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청춘의 남자 배우들이 총 출동하여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라이드 위드 데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너무 작았고, 그나마 악마 같은 성격을 지닌 악역이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인도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로맨스까지 담당한 매력적인 축구 코치 역할을 맡았지만 이 또한 그를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미진한 활동으로 자꾸 시간만 흘러가고 긴 슬럼프에 빠진 채 서른을 코 앞에 둔 그를 다시 세상에 알린 것은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출연한 <매치 포인트>였다. 사랑과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 했지만 신분상승을 위해 결국 비겁함을 선택하는 불안하고 이기적인 남자를 연기하며 드디어 관객의 뇌리에 자신을 깊이 각인시켰다. 재미있게도 이 작품에서 그의 라이벌이자 처남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영국 출신 남자 배우 중 막내라고 할 수 있는 매튜 구드이다.  
  
수없이 많은 번민과 방황으로 힘들었을 20대가 지나고 서른이 지나자마자 말 그대로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치명적인 중독성을 가진 그의 아름다운 외모는 세월이 지나 주름과 같이 인간적인 흔적을 몇 개 보탠 후에야 겨우 세상과 융화를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헨리 8세 시절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튜더스 - 천년의 스캔들 >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하며 길고 어두웠던 무명 시절을 단박에 날려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할리우드와 잘 맞지 않을 뿐 아니라(그나마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거나 그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영화들은 영국에서 찍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기복과 부침이 심한 배우인 만큼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에게는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매치포인트>에서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와 조우한 적이 있었던 매튜 구드는 사실 최근에 갑자기 주목받게 된 배우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 <프로포즈데이>말랑말랑 알콩달콩 티격태격해도 내내 귀엽고 흐뭇하기만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맥을 못 추고, 그런 영화에 어울릴 만한 새로운 얼굴들이 한참이나 없던 중에 가뭄에 단비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작품 전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던 덕분에 그는 더욱 새롭게 여심과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프로포즈데이>에서 그가 연기하는 아일랜드 남자 데클랜은 겉보기에는 거칠고 무식하며 무뚝뚝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5년 전 <매치 포인트>에서 어마어마한 재벌 집의 아들로 등장했던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프로포즈데이>에서 매튜 구드는 신선함을 주고 있다. 매튜 구드는 여러모로 운이 좋다. 일단 선배들로부터 받은 것이 많다. 그가 앞으로도 휴 그랜트처럼 소소하고 섬세한 감정이 주를 이루는 작품에 몇 개 더 출연한 후에 이런 별명이 주어져도 늦지 않지만 로맨틱 코미디 분야에서 영국 남자 배우가 주목받은 것은 워낙 오랜만이라 그에게는 다소 성급하게도 제2의 ‘휴 그랜트’라는 별명이 주어졌다. 이 별명은 젊은 날의 휴 그랜트를 추억하는 팬들에게 반가운 울림을 줄 것이며 자연스럽게 매튜 구드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선배의 덕을 본 것이 있다면 이름이다. <프로포즈데이>의 ‘데클랜’이라는 이름은 <매치 포인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가 <미션 임파서블3>에서 사용한 이름이기도 하다.

 

올해 갓 서른이 넘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체구이다. 프로필 상으로 나와 있는 키는 170cm, 이는 남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대와 호감을 살 만하다. 게다가 그는 그다지 미남과에 속하는 배우가 아니며 아직까지는 남자들의 적이 될 만큼 돈 많고 성격 좋고 얼굴 잘 생긴 캐릭터를 연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섬세하고 고운 얼굴선과 창백한 피부 안에 담긴 이목구비는 쉴 새 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다감하게 웃는 눈빛에서 상처받고 화가 난 눈빛으로, 또 날카롭고 서늘한 눈빛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들이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휙 지나가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연기에 더욱 몰입하고 집중하려면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는 특히 고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삶을 다룬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갑갑한 의상을 입고 출신과 상속 때문에 제인과의 사랑을 포기하는 바람에 <오만과 편견>에서 ‘위캄’의 모델이 되는 톰 르프로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으며 <어톤먼트>에서는 주인집 딸을 사랑하는 정원사의 아들에서 억울하게 감옥에 가고 다시 전쟁에 참전해서도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하는 로비 터너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두 편의 영화에서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영화 <페넬로피>에서 수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가난한 왕자님으로 등장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블록버스터 <원티드>에 출연하기도 했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주연이 된 순간부터 시간의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보여주었지만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은 젊은 배우이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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