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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대학 등록금’ 미국서 배워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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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18 19:20:55 수정 : 2010-04-18 19: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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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비싸지만 융자제도 발달
한국, 서민 교육기회 부여 힘써야
미국의 150만명가량에 달하는 대학 입시 수험생과 그 학부모들은 4월1일 오후 5시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시간에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합격자 발표를 했다. 수험생들은 응시한 대학의 웹사이트로 들어가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미국 수험생들은 평균 12개 대학에 원서를 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때 3-3-3 법칙을 따르라는 얘기가 있다. 자기 성적에 비해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 3개, 자기 성적에 맞는 대학 3개, 자기 성적으로 합격이 확실히 보장되는 대학 3개 등 9개 대학에 원서를 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대학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이제 4-4-4 법칙이 통용되는 것 같다.

미국 수험생들은 줄잡아 2∼5개가량의 대학으로부터 합격증을 받는다. 대학 합격이 결정되면 1주일 내에 합격통지서와 함께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든다. 이 고지서를 받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학부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략 짐작은 하고 있지만 등록금이 매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액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기자의 아이도 올해 미국 대학에 응시했다. 주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부터 각각 합격증을 받았다. 주립대학은 해당 주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2만2893달러(2542만원), 다른 주에 거주하거나 외국인이면 4만7007달러(5219만원)을 내라고 통보해왔다. 사립대학은 내외국인 구분 없이 5만6507달러(6274만원)을 내라고 고지서를 보내왔다. 미국 대학 등록금에는 기숙사비, 식대, 교재 값, 교통비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1년에 최소한 1300달러(144만원)가 넘는 건강보험료와 개인 용돈을 합하면 대학생 1명이 1년에 필요한 돈의 규모가 나오게 된다. 그러니 미국의 어지간한 가정에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학자금 융자와 장학금 제도가 발달했다. 미국에서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졸업할 때 평균 2만달러(2220만원)가량 빚을 진다. 이 중 25%가량은 3만526달러(3389만원)의 빚을 지고, 대졸자의 10%가량은 4만4668달러(4959만원)의 빚을 떠안게 된다. 대졸자들은 이 돈을 졸업 후에 장기간에 걸쳐 갚아나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30일 역사적인 학생대출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민간 은행 대신 정부가 직접 대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저소득층에게 주는 무상 보조금을 향후 11년에 걸쳐 추가로 400억달러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졸업 후에 지게 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생 때 받은 융자금은 자기 소득의 10% 미만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가 20년이 지나도 다 갚지 못하면 나머지 돈은 탕감하도록 이 법에 규정돼 있다.

미국 대학은 또 대입 수험생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해 책정한다.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제대로 낼 수 있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일부 명문 대학은 수험생 가정의 경제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선발하는 소위 ‘니드 블라인드(need-blind)’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학 등록금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최근 저소득층 학생에게 대학 등록금을 면제하는 대신 부유층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더 내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학부모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너무나 당연한 정책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실력이 있으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들이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기본 책무가 아닐 수 없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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