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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극중 한 장면. |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에 나타난 알몸의 남성과 여성은 마치 태초 에덴동산의 남녀를 연상케 한다. 사물을 보며 나무, 두꺼비 등 이름을 지어 붙이고, 서로를 보며 “말할 줄 알아”라는 대사를 건네는 이들의 모습은 순수 자연 그대로이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둘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또 다른 남녀의 등장과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단 둘이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을 생각하던 두 쌍의 남녀는 어느새 자신의 파트너가 아닌 다른 이성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넷은 각자 사랑을 얻기 위해 서로를 원망도 하고 질투도 하며 명쾌히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심경에 이른다. 결국 혼란스런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4명의 남녀는 시냇물 속에 투영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줘”라고 말하는 상황에 도달한다.
이런 흐름의 극에서 배우의 나신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배우들이 표한한 구애하는 몸짓은 가벼운 손발 페티시의 단면을 보여줄 뿐, 자극적인 성행위와는 무관하다. 그리고 감각에 호소하는 노골적인 대사도 찾아볼 수 없다. 또 극은 사랑과 헤어짐, 새로운 사랑과 영원한 사랑, 그 과정에서의 고뇌 등 18세기나 21세기나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신체극 요소를 가미해 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알몸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극 중 장면과 어울리지 않는 군더더기 ‘옷 입히기’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태초의 순수하고 자연스런 사랑이 뒤틀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소품으로서의 ‘옷’은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태초의 사랑에 대한 상상력을 반감시킨다.
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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