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국보 제1호 숭례문은 조선초기의 대표적인 목조건축 형태인 다포(多包)양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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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다포계 형식의 건물 중 가장 오래됐다. |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해 6월27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에는 숭례문 복구에 참여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인 신응수 대목장이 직접 제작한 전통목조건축물 모형 44점이 전시돼 우리 목조건축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의 도움으로 이들 작품에서 나타난 우리 목조양식의 변천과 시대별 특징을 살펴봤다.
◆신석기시대부터 움집형태의 목조건축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목조건축이라고 하면 흔히 고려시대의 수덕사 대웅전이나 조선시대의 경복궁 광화문이나 근정전을 떠올리지만 ‘나무로 만든 집’인 목조건물의 역사는 신석기시대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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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현존하는 궁궐의 정문 가운데 돌을 높이 쌓아 문을 만들고 위에 목조건물을 한 구조는 유일하다. |
삼국시대에는 성으로 둘러싸인 고대도시가 생기고 내부에 왕권을 상징하는 궁궐이 건립되는 등 건축문화에 큰 변화가 생긴다. 현존하지는 않지만 이때 건립된 황룡사 9층 목탑은 당시의 건축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려준다.
이 시기 고구려에는 집집이 작은 곡물창고가 있는데 이를 ‘부경’이라 불렀다. 부경은 고구려 무덤벽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나무로 만든 다락집으로 추정된다. 나무기둥을 세워 지면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나무로 된 바닥과 벽체를 만들고 사다리를 통해 출입하는 구조이다. 이 같은 집은 요즘 중국 동북지역 민가에서는 곡물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고려·조선시대 목조양식의 핵심은 주심포계·다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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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객사문.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계 형식으로 고려시대 대표적인 목조건축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강릉 객사문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각 고을에 두었던 지방 관아의 하나로 임금의 전패(殿牌)를 모신 곳으로 지붕은 앞뒤로 경사면을 갖는 맞배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계형식이며, 기둥의 가운데 부분이 볼록한 배흘림기둥이다.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만들어진 부석사 무량수전은 지붕은 사면이 경사지고 삼각형의 합각면을 갖는 팔작지붕이며,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에만 간결하게 짜올린 주심포계 형식이다. 봉정사 극락전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의 하나이다.
이정근 학예연구사는“고려 말에 나타난 다포계 형식은 주심포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조선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궁궐건축 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밝혔다.국보 1호 숭례문은 조선시대 다포계 형식 건물 중 가장 오래됐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기둥 윗부분에 장식하여 짠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형식이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현존하는 궁궐의 정문 중 유일하게 돌을 높이 쌓아 문을 만들고 윗 부분을 목조로 건축했다.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룬 화려한 외관이다. 경복궁 중심 건물로 국왕이 외국사신을 만나는 등 공식적인 업무를 보던 근정전은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형식으로 임금과 경복궁의 위엄을 드러낸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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