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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 혹은 문화적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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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31 10:05:12 수정 : 2010-03-31 1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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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러시아에서 유학생과 어학 연수생들에게 생긴 좋지 않은 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러시아에서 어학 연수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유학이나 연수 생활을 겪어보신 분과 그런 가족을 두셔본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시겠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정서적, 금전적으로 충분한 여유 없이 생활하는 많은 유학생들과 그 가족 분들이 혹여 이런 불미스러운 소식들로 인해 스스로 위축되거나,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흔히 ‘스킨헤드’라 일컬어 지는 인종 주의자들은 유독 러시아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CIS권역에는 대부분은 이러한 인종 차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자흐스탄의 경우 러시아 계 인종(슬라브 민족)의 인구 구성비가 30%정도로 주류 인종이 아니고, 정부 시책 자체가 소련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인종간의 융화를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 했기 때문에 이러한 인종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CIS 지역 대다수가 비슷합니다.
◇ 직장, 학교등과 같은 곳에서 인종의 의미는 무의미 합니다.

그렇다고 러시아에서만 인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러시아에서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과거 냉전시기에 세계를 양분했던 열강이었습니다. 현재의 CIS국가를 모두 아우르는 정말 대국이었지만, 결국 체제 붕괴 이후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과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평등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 과제였으나, 연방 붕괴 이후 자본주의 도입과 함께 빈부간의 격차가 커지고, 미성년자와 연금 생활자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보호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결국 이러한 틈을 타 발생한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맹목적이고, 자극적인 선동에 청소년기의 미성년자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그로 인해 인종 주의자라 불리는 이들이 생기게 되고, 그러한 왜곡된 인식 위에 더해지는 상대적 열등감과 박탈감으로 인해 불행한 일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내에서 발생하는 인종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과거 소련 연방국가 지역 중에서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온 인종 타타르 계, 또는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계의 인종들이 가장 심각한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고, 과거 사회주의 동맹국가들로부터 유입된 흑인들, 중국을 비롯한 동 아시아계 인종들까지 다시 말해 러시아 내의 슬라브 민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종들이 인종 차별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4월 20일 인종 차별의 아버지 격인 히틀러의 생일이 되면 공공연하게 인종 차별 주의자들은 공식 또는 비공식 적으로 각국 대사관 및 교민 사회에 떠나지 않으면 죽이겠다 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때는 러시아 지역내의 모든 인종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기간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폭행 이나 폭력 사고는 실제 인종 주의자들이 아닌 동네 불량 청소년들의 우발적인 범행이 대부분입니다. 실제 인종 차별 주의자들은 정부에서 상당히 강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고 실제로 과거 보수적인 민족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정당의 소속으로 활동했기에 단순한 범죄 집단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하는 일정의 이익 집단으로 이해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격한 메시지는 과거 열강으로서의 자부심을 기억하고 있는 보수집단에게 위대한 러시아의 긍지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 하시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막막한 생계로 인해 한 개에 한화 300원짜리 토마토를 팔고 있는 연금 생활자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요지는, 저 역시 이러한 폭력 사건을 경험해 본적이 있는데, 작은 오해에서 비롯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당시 러시아 상트 뻬쩨르부르크 제니트와 모스크바 스파르타크의 시즌 마지막 축구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는데, 그런 사정을 모르고 지하철을 탔고, 그날 제니트가 스파르타크에게 패배를 당했던 것입니다. 둘의 관계는 과거 우리 나라의 영호남의 깊은 지역 감정 이상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제가 그날 스파르타크를 상징하는 빨간색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가뜩이나, 철없던 제니트 서포터즈들에게 기분이 좋을리 없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의 경우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만, 이처럼 현지의 정서적인 부분을 이해야 합니다. 혼자이거나 남녀 두 명일 경우에 시비를 걸기에 수월하기 때문에, 항상 서너명 이상 다니셔야 하고 실제로 중국 유학 연수생의 경우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항상 무리지어 다니곤 합니다(저의 생각입니다만, 꼭 러시아에서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러시아의 봄 축제에서 과거엔 사진처럼 패싸움을 했다 (영화”러브 오브 시베리아 중”)

또한 이곳 남자들의 경우는 한국과는 달리 남자끼리의 주먹 다툼은 그리 큰 문제를 삼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실제 경찰에서도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비를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도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빈곤한 그들의 입장에서 부유해 보이는 외국인들은 눈에 그리 반갑게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을 스스로 고려하셔야 합니다. 또 언어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들은 결국 또 다른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유학생 그리고 어학 연수생으로서 해외에 나간 이상 현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생 할 수 있는 오해의 씨앗을 제거 할 수 있을 것이며, 불행한 사태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지금 당장 자신에게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행동과 말투 하나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한국사람 전체에 대한 인식이 되어 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결국 그 피해자는 남이 아닌, 나의 친구 또는 선후배, 그리고 나의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장한규 slava98163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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