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하나 되어 70여곳서 연합예배
서울시청앞 예배에만 2만여명 참석 예정 최근 불교계가 연일 대립각을 세우며 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개신교가 모처럼 뜨거운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 다음달 4일 개신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연합예배를 치른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숨지고 난 후 사흘째 되는 날 부활한 일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이다. 올해는 개신교 각 교단과 교회들의 아이티 구호창구 단일화로 유례없는 성과를 내며 그 어느 해보다도 화합의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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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12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장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2만여명이 운집하는 서울 예배 외에도 전국 수십곳에서 연합예배 행사가 펼쳐진다. |
NCCK와 한기총이 연합예배를 시작한 것은 2006년 4월16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첫 회 이후 5회째다. 2007년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매년 계속된 부활절 연합예배는 NCCK와 한기총이 번갈아 맡아 진행해왔다.
한기총이 주관하는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는 주제를 ‘부활과 화해’로 잡았다. 부활절 예배의 주제는 한 해 동안 전체 교회를 이끌어가는 표제어가 될 만큼 중요하다. 주제 성구는 고린도후서 5장20절의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하여 너희를 권면하시는 것같이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간청하노니 너희는 하나님과 화목하라”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는 “한국교회 내에도 보수니 진보니 분열돼 온 게 사실이지만 최근 화해와 연합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만큼 초기교회 부활의 주님으로 하나 됐던 역사가 다시 한국교회에도 꽃피우기를 희망한다”면서 “부활신앙이 화해·평화로 이어지고 기독교가 종교·사회·남북 통합에 공헌해야 한다는 뜻에서 주제를 ‘부활과 화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부활 메시지는 올해 100세를 맞는 한국교회 최고령 원로목사인 방지일 목사가 낭독하고, 설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맡는다. 또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과 NCCK가 공동으로 작성한 남북교회 공동기도문이 낭독되며, 찬양대 2010명과 오케스트라 100명, 구세군 군악대 100명이 참여해 바그너의 찬양곡 ‘크시도다 만세 반석 되신 예수’를 연주한다.
◆기도와 함께 구호 사역으로 하나된 개신교=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개신교 연합의 힘은 최근 아이티 지진구호에서 엄청난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교회가 지원창구를 단일화해 각 교단과 교회, 기독교 구호단체 등으로부터 150억원 이상을 모금한 것. 이에 30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는 한국교회아이티연합 주최, 한기총·NCCK 후원으로 한국교회의 중장기지원 협력사역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손 목사는 “경쟁적인 모금을 지양하고 중복지원을 막음으로써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NCCK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인 조성기 목사는 “2007년 12월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한국교회가 엄청난 인력을 보내 힘을 발휘했는데, 그에 이어 한국교회가 하나 된 감동적인 현장이었다”면서 “교리나 신학의 일치가 아닌 연합사역을 통해서 한국교회가 한 단계 고양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한국교회의 섬김 운동을 한 차원 높였다고 자부하는 개신교계는 올해 서울광장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모이는 성금을 전액 북한돕기에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해 부활절 헌금은 1억3000만원이 걷혀 대북 기금 등으로 쓰였다.
조성기 목사는 “한국 교회들이 1년 중 거의 유일하게 연합해서 드리는 예배가 부활절 연합예배”라며 “교계 내에서의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총회 한국 유치를 둘러싼 불협화음, 불교·천주교가 제기하는 종교 편향 논란, 사회 양극화 등 모든 것을 극복하려는 기원을 담는다. 앞으로 6·25 기도회나 8·15 예배 등으로도 이런 화합과 화해의 움직임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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