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군은 신분이 일단 군인이다.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이순신 장군이 그러하다. 개념이 좀 다른 경우도 있긴 하다. 어린아이더러 “햐, 그놈 장군감이야!” 할 때는 ‘☆’이 아니라 ‘큰 인물’이란 뜻이다. 군에도 안 갔던 김정일을 북에서 ‘위대한 장군’이라고 하는 건 통치자란 뜻이다.
그렇다면 안중근 의사는 장군인가 의사인가. 멀쩡하던 칭호가 새삼 논란에 휩싸였다. 국방부가 장군이라고 우겨대며 불을 질렀다. 그제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관 회의실 명칭을 ‘안중근장군실’로 고쳐 현판식까지 했다. 안 의사 스스로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고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장군이 맞다”고 문제 제기를 한 지 2년 만이다.
국가보훈처가 ‘뭔 소리!’ 하고 발끈했다. 김양 보훈처 장관은 “수십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의사를 매년 60명씩 배출되는 장군으로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고 항변했다. 의사와 장군이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양측이 안 의사를 재평가하고 민족적 어른으로 모시자는 취지는 같다고 본다. 방점은 군인 신분에 둘 건가 의행(義行)에 둘 건가이다. 이토 히로부미 사살을 어떻게 볼 건가도 관건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안 의사의 행위는 단순한 적장 저격이 아니다. 평화주의자로서 동양평화를 해치는 원흉을 제거한 차원 높은 개념이다. 이토를 15가지 죄목으로 처단한 게 그 근거 중 하나다. 특전사 707부대의 저격수가 적장을 사살한 공로가 크다 해서 그 저격수를 의사로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포상휴가와 국방장관 표창이 주어질 뿐이다.
다만 안 의사가 군인 신분이었던 만큼 군이 장렬한 군인정신을 기리는 것은 말릴 일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의사로 부르고, 군 자체적으로는 제한적으로 장군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두 기관이 다툴 일은 아니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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