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저버리지 않는 최상의 오락영화
애국의 본질·포로의 인권에 관해서도 화두 던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최상의 오락영화다. ‘본’ 시리즈 2, 3편에서 익히 확인한 환상 조합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신작 ‘그린 존’에서 여전한 액션 본능을 선보인다. 로이 밀러(맷 데이먼)가 이끄는 수색대 일원이라도 된 양 숨은 쉴 새 없이 가빠오고 동공은 오그라들 줄 모른다. 리얼 혹은 첩보 액션의 빈도와 강도는 줄었지만 좀더 몸집을 키운 스케일과 맷집을 기른 스릴러적 요소가 아쉬움을 메우고 남는다.

그렇다고 긴박감이 떨어지진 않는다.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리얼 액션, 스피디한 편집이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수색팀의 동선을 늘 따라붙는 유사 위성 추적신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목표물에 거의 접근할 찰나 새로운 벽과 맞닥뜨리는 등 긴장과 이완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잇는 리듬감도 여전하다. 바그다드에 온 제이슨 본인 셈이다.
사실적인 묘사로 영화적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주무대가 되는 바그다드 전경과 시내 곳곳, 거리 풍경을 그럴싸하게 재현했고 전투 장면의 생생함 또한 ‘블랙 호크 다운’ 저리가라다. 사용무기와 전투방식 등은 당시 대량살상무기 수색팀으로 실제 활동한 이들의 자문과 고증을 거쳤고 일부는 직접 출연까지 했다고 한다.

일견 두 손가락 높이 쳐들고 싶을 정도의 재미와 품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번 더 곱씹어보면 마냥 쌍수 들고 맞장구 칠 만한 영화는 아닌 듯 싶기도 하다. 누구나 WMD는 이라크 개전을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요즘 자못 심각하게 “과연 WMD는 존재하느냐”고 묻는 데선 게으름이 묻어난다. 2500만 이라크 국민과 수만 파병 군인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전쟁을 한낱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이 벌인 해프닝으로 치환해버리는 그 단순함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라크 현지인을 빌려 “우리 문제를 미국이 결정하려 들지 마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선 가증스러움이 느껴진다.
◆세밀한 디테일로 깔끔한 마무리=그래도 ‘람보’ 류처럼 노골적이진 않다는 점에서 너그럽게 넘길 수 있는 이라크전 소재 액션영화다. 탄탄한 기본기에다 세심한 도장, 깔끔한 마감 능력도 갖췄다. 범 전쟁영화인 만큼 여론 조작과 몰이의 작동 방식과 포로 인권문제를 아우르고 애국의 본질에 관해서도 화두를 던지는데 이야기와 겉도는 법이 없다.
비록 이라크전을 둘러싼 여러 음모론 중 하나일 순 있겠으나 영화에서 그려진 정·언 유착은 그 상처가 깊고 질기다. 여론을 일으키기 위해 특정 신문에 단독기사를 제보하고 이를 계기로 해당 기자와 당국은 끊임없이 서로를 이용하고 협박한다. 미군이 현지 주민을 다루는 방식은 관타나모 수용소 포로들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이라크군 내 딥 스로트(Deep throat·내부 고발자)와 평범한 이라크인의 서로 다른 국가관도 많은 상념을 떠올리게 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