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원치않으면 진도 안나갈께”
책임지지 않겠다는 ‘부드러운 선언’
연애 초기 남녀 간의 스킨십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은 마치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와 무엇이든지 뚫는 창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나폴레옹이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면,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남자의 스킨십에 후퇴란 단어는 없다. 일단 스킨십에 대한 목표가 생긴 남성은 오직 전진 그리고 또 전진을 해 결국 그 ‘연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소지섭의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처럼 터프하거나, 정우성의 ‘이거 마시고 나면 우리 사귀는 거다’처럼 멋진 것은 아니다. 스킨십을 목표로 정한 남성은 일단 분위기를 조성해 놓은 뒤 결정적 순간에 여성이 거절을 하면 때로는 매달리고, 때로는 설득하고, 이런저런 말로도 설득이 불가능하게 되면 ‘오빠 삐침’을 선언하는 등 TV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 같은 일반 남자들과 달리 함께 술 마시고, 분위기 다 잡아 놓고 이제 결정적인 순간에 ‘우린 그냥 좋은 오빠 동생 사이야, 네가 싫으면 안 해도 돼’라고 한없이 ‘쿨한’ 남자들도 있다.
27살 민호씨는 선령씨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분위기를 잡고 스킨십을 시도하던 중 ‘너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라고 쿨하게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왜 민호씨는 스킨십 앞에서 그렇게 대범할 수 있었을까? ①선령씨를 지켜주기 위해 ②더 진한 스킨십을 위해 ③선택권을 주기 위해 ④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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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
피칸도(ficando). 키스를 포함한 자유로운 이성관계를 가지지만 서로에게 의무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은 갖지 않는 자유로운 연애관계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로, 내 수준에 맞게 표현하면 ‘엔조이(enjoy)’와 비슷한 말이다. 민호씨처럼 ‘연애의 목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네가 원치 않으면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겠다’고 한없이 쿨해질 수 있는 남자는 ‘이 한 번의 스킨십으로 너를 책임질 마음은 없다’고 부드럽게 선언하고 있는 것과 같다. 주로 ‘선수’라는 남자들이 곧잘 사용하는 이런 방법은 스킨십에 대한 선택권을 여성에게 줌으로써 그 이후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회피할 때 사용된다. 실제로 이런 말을 듣고도 스킨십에 응했고, 그로 인해 남자와 자신이 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을 경우 추후 남자로부터 ‘그때 내가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진짜 선수라는 남자들 중에는 연애의 목적을 눈앞에 두었더라도 그 첫 번째 찬스는 무리하지 않고 흘려 보내는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찬스에 무리해서 연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면 자칫 목적은 이루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찬스를 과감하고 담백하게 흘려버리면, 그래서 상대의 믿음과 마음을 얻게 되면 진정한 연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남자의 몸과 마음은 마치 마징가 주먹처럼 분리될 수 있지만, 여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짜 연애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여성의 몸만 터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마음에 터치를 하려고 노력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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