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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지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부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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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5 09:36:22 수정 : 2010-03-15 09: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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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을 빼앗긴 그는 어머니가 간절히 그리웠다. 그는 바닷가로 가서 어머니를 간절히 불렀다. 그의 어머니는 테티스, 바다의 여신이었음으로 그가 간절히 마음으로 부르면 언제고 나타나 주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간청했다.

"어머니, 나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한 여인에게 진실한 사랑을 느꼈어요. 그런데 그 여인을 아가멤논 왕이 데려갔어요. 어머니, 어머니는 제우스 신과 친하지요. 그러니 제우스를 설득하여 그리스군이 전쟁에서 불리하도록 해줘요."

그날 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아들에게 왔다. 테티스도 아킬레우스만큼 화가 치밀어 있었다. 테티스는 아들에게 그리스군과는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고는 하늘로 올라가 제우스한테 트로이군이 승리하도록 간청했다.

제우스는 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신들은 알게 모르게 이 전쟁에 개입하고 있었다. 그것을 제우스도 알고 있었다. 제우스는 신들에게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할 참이었다. 그런데 테티스는 그에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입장이 난처했다. 그렇다고 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테트스는 그 어느 신보다도 제우스 편에서 늘 도와주고 있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제 올림포스에까지 미쳐 신들을 양편으로 갈라놓았다. 아프로디테는 여신들 중 가장 미모가 뛰어난 여신을 선발할 때 그 심판을 맡았던 파리스 편이었다. 아프로디테를 파리스가 최고의 여신으로 선정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일어난 원인도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프로디테에게 반하여 그녀에게 푹 빠져있던 전쟁의 신 아레스도 트로이 편에 가담하여 은근히 돕고 있었다. 아폴론은 헥토르를 좋아했고, 그를 위해 트로이군을 도왔다. 그리고 그의 여동생 아르테미스도 역시 오빠를 따라 트로이를 도왔다.

반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그리스 편에 섰다. 그는 해양 민족, 언제나 훌륭한 뱃사람들인 그리스인들을 좋아했다. 미의 여신을 뽑는 파리스의 심판에서 떨어졌던 헤라와 아테나 여신도 그리스 진영에 가담하여 은근히 돕고 있었다. 신들의 질투로 시작된 전쟁은 다시 신들이 개입하면서 신과 신들, 인간과 인간, 신과 인간의 싸움으로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제우스는 일단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심으로 트로이군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헤라와는 부부사이긴 했어도 모든 일에 서로는 늘 반대편에 서 있었다. 헤라가 하는 일이라면 제우스가 반대하고 나섰고, 제우스가 하는 일에는 헤라가 반대하고 나서곤 했다. 더구나 이번 전쟁은 헤라에겐 원한이 있는 파리스와 연관이 있었으므로 헤라는 적극적으로 그리스군을 돕고 있었다.

테티스의 요청도 있고, 트로이를 좋아하고 있던 제우스는 트로이를 돕고 싶어 했다. 헤라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면 언제나 헤라가 아주 불쾌히 여기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고 싶었다. 그렇다고 제우스는 테티스의 청을 더 이상 물리칠 수도 없었다.

제우스의 의도를 헤라가 모를 리 없었다. 헤라는 늘 제우스를 감시하곤 했다. 제우스가 워낙 바람기가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제우스의 의도를 알아차린 헤라는 제우스를 비난하며 비웃었다. 헤라에게 늘 죄의식이 있어 제대로 말도 못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제우스도 헤라의 빈정거림에 화가 치밀었다. 제우스는 헤라를 향해 큰소리로 외쳐다.

"보자보자 하니 나를 물로 아나. 인간들의 전쟁에 그대가 개입하는 것도 못 본 척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나에게 기어오를 셈인가. 입 닥치지 않으면 그대와 난 결별이야. 그대에게 청혼할 때 약속한 것이 있어 참아 왔지만 앞으로 남편의 권위, 제우스의 권위를 우습게 여긴다면 그냥 있지 않을 거야. 다시는 내가 트로이를 돕든 그리스를 돕든 일체 말하지 마. 알았어."

헤라는 의외로 크게 화를 내는 제우스에게 기가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껏 제우스가 그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헤라가 무엇보다도 제우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게 화근이었다. 그러나 헤라는 속으로 어떻게 하면 그리스군을 도와 제우스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제우스가 트로이를 돕기 위해 마련한 계획은 간단했다. 아킬레우스가 그리스군의 선봉에서 싸우지 않으면 그리스는 트로이에게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제우스는 알고 있었다. 트로이에는 용맹하고 전략이 뛰어난 헥토르가 선봉에 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킬레우스는 전선을 떠나 쉬고 있었다.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나서지 않자 아가멤논이 직접 그리스군을 지휘하며 선두에서서 트로이를 공격했다. 그러자 그의 칼 아래 트로이군은 커다란 낫에 풀이 베어지듯 양 쪽으로 갈라지며 길이 되었고, 풀밭은 거센 바람에 눌리듯이 평지로 변했다. 그리스군은 쉽게 트로이의 성벽 앞까지 단숨에 쳐 올라갔다. 아가멤논의 용맹 앞에 트로이군은 쩔쩔 매고 있었다. 쫓기는 트로이군이 성문으로 다 들어가기 전에 그리스 선봉대를 이끈 아가멤논은 성문을 점령하면서 밀고 들어갔다. 그것도 잠시 용맹한 그리스군 앞에 트로이는 맥도 못쓰고 무너져갔다. 무척 통쾌한 승리였다. 아가멤논이 이제껏 싸워온 어느 전쟁도 이처럼 통쾌한 적은 없었다. 그는 너무 기뻐 날아갈 것 같았다.

용맹하게 돌진하는 아가멤논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신이 그에게 말했다. "이제 승리는 그대의 것이 되었구나. 트로이의 국운도 이제 쇠하였구나." 아가멤논은 매우 기뻐 큰 소리로 웃었다. 꿈이었다. 아가멤논은 그날 밤 잠을 자다 생생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너무 생생해서 현실처럼 느껴졌다. 트로이의 마지막을 예언처럼 이야기한 신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주 기분 좋은 꿈이었다. 아가멤논은 마음이 들떴다.

실상 그 꿈은 제우스가 보낸 꿈이었다. 아킬레우스가 없는 그리스는 트로이에게 질 수 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던 제우스가 트로이를 돕기 위해 아가멤논에게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거짓 꿈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아가멤논이 알 리 없었다.

그날부터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을 독려하여 전쟁에 나섰다. 대규모의 군대를 맞은 트로이는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방어만 했다. 그래서 전쟁은 장기간에 걸쳐 포위가 계속되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그러는 동안 헬레네는 안절부절 못했다. 파리스와 같이 도망해온 일을 후회하기도 했다. 자신의 부질없는 사랑으로 국가 간의 전쟁을 초래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름다운 여인의 영향력은 엄청난 것이다. 아무리 남자들이 강하다고 큰소리치지만 결국 여자에게 정복당하는 것이 남자인지라 결정적인 순간에 세계의 역사를 바꿔놓은 것은 남자 뒤에 있는 여인들의 힘이었다. 여인은 아름다운 존재지만 그 여인에게 잘못 걸려들면 그 또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날은 아킬레우스가 막사에만 머물고 있는 동안 이제까지의 싸움 중 가장 힘든 전투가 벌어졌다. 트로이 성벽 위엔 전술에 능한 프리아모스 왕과 다른 원로들이 싸움을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저 온갖 고뇌의 죽음의 원인인 헬레네가 왔다. 그러나 헬레네를 보고 그들은 전혀 원망을 느끼지 못했다.

“저런 여자를 위해서라면 싸워야지, 그녀의 얼굴은 영생불사의 정령의 얼굴 같으니까.”

트로이의 제장들은 모두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만큼 헬레네의 미모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를 한 번 본 남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녀를 나쁘게 말할 수 없었다. 헬레네는 그들 곁에 서서 그리스의 이 영웅 저 영웅의 이름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깜짝 놀랍게도 전투는 그쳤다. 군대가 양편에서 물러나고 그 사이에 파리스와 메넬라오스가 서로 마주 대했다. 두 당사자가 끝까지 단 둘이서 싸우도록 현명한 결정이 내려진 것이 분명했다.

트로이 진영에서 워낙 성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자 전쟁에 지친 그리스군에서 한 명씩 대표를 내보내 싸워서 이기는 편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고 전쟁을 마무리하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면서 그리스군은 그 상대로 파리스를 지목했다.

"우리는 당신들과 전쟁을 할 이유는 없소. 단지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왕비 헬레네를 훔쳐간 당사자를 처벌하고, 헬레네만 돌려받으면 그뿐이오. 우리의 명예만 회복하면 우리는 당신 나라와 싸울 이유가 없소. 단 파리스가 우리가 내세운 전사를 이긴다면 우리는 조용히 물러날 것이오."

이 문제로 트로이의 원로 회의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더 이상 여자 한 사람 때문에 온 나라가 전쟁에 시달리는 것은 명분도 없고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고, 이것으로 전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물론 파리스가 상대를 물리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파리스는 지혜도 있었고 무술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의 형 헥토르도 그를 내세우기로 했다.

"이번 일은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이번 기회에 네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 네가 이길 수 있다면 너는 앞으로 헬레네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트로이도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네가 나가서 싸워라."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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