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뇌파’ 직접 보게 해 체념 유도 심리전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 검거에 일조한 프로파일러(범죄심리·행동 분석관)가 범행 대부분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10일 경찰에 붙잡힌 뒤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가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한 것은 14일 오후 3시10분쯤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거짓말 탐지기가 동원돼 2시간 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그는 이양의 집 안방과 이양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사진을 보며 심하게 흔들렸다.
이 틈을 노린 프로파일러가 즉시 투입됐고, 그는 면담 도중 갑작스럽게 심경 변화를 일으켜 눈물을 흘리며 조사 경찰관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김길태와 수사관의 팽팽한 심리전은 그를 검거한 다음 날인 11일부터 본격화했다. 그가 피해자나 사회 구성원과의 공감능력이 떨어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임을 간파한 수사관은 가장 가까운 친구를 만나게 했다. 그는 이때 간간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경찰은 그와 인간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예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12일 오후부터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을 그만두고, 프로파일러와의 면담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검거 초기 수사관과 단답식으로만 얘기하던 그는 점차 마음의 문을 열었다.
14일 오전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한 것도 프로파일러가 펼친 고도의 심리전으로 분석된다. 그가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급변하는 뇌파 움직임을 직접 보게 해 체념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파일러의 위력은 그가 이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경위와 여죄를 모두 밝혀낸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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