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망시점 열쇠’ 석회가루 감식 의뢰 부산경찰청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수사본부는 12일 이유리(13)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강간살인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부산지법 251호 법정에서 김길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한 부산지법 형사4단독 한경근 판사는 “경찰의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데다 재범의 우려도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또 “피해자와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그러나 김길태는 검거 사흘째인 이날도 여전히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영장에 따르면 김길태는 지난달 24일 오후 7시에서 9시 사이 부산 사상구 덕포동 여중 입학예정자인 이양 집에 다락방 창문을 통해 침입해 이양을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양을 성폭행하고 증거를 감추려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덕포1동 최모씨 집 보일러용 물탱크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김길태는 지난 1월 23일 오전 4시40분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길 가던 여성(22)을 끌고 가 감금·폭행하고 3차례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길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양 사건에 대한 판사의 질문에 “할 말 없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또 올해 1월 저지른 성폭행에 대해서도 김길태는 “당시 술에 취해 있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을 하는 바람에 실질심사는 10분 만에 끝났다.
경찰은 이양의 사망시점 논란과 관련해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양의 시신이 유기된 물탱크에서 5m 떨어진 곳에서 석회가루가 담긴 고무통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김길태가 경찰의 수색에 놀라 도주했던 사상구 덕포동의 빈집에서 김길태가 쓴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정밀조사에 나섰다. 이 낙서는 정황상 김길태가 경찰의 수색을 피해 이곳을 찾았거나 도주 후 다시 찾아와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가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빈집의 한쪽 벽면에 연필로 휘갈겨 쓴 듯한 이 낙서는 ‘형사들이 왔다’는 짧은 문장으로, 마지막 글자 ‘다’엔 여러번 겹쳐 쓴 듯 덧칠이 돼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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