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재기를 노리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광속구 투수 엄정욱(29)이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에서 자책점 없이 무난하게 던졌다.
엄정욱은 1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동안 4안타에 볼넷 2개를 내주면서 2실점했다.
하지만 유격수 실책이 빌미가 된 실점이라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지난 6일 두산과 시범경기에서 2이닝 동안 점수를 주지 않았던 엄정욱은 두 번째 등판에서도 나쁘지 않게 던져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뛸 가능성을 높였다.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엄정욱은 최고 구속 152㎞를 찍으며 자신의 최고 무기인 강속구를 맘껏 과시했다.
직구 구속이 시속 145~152㎞까지 나왔으며 슬라이더, 포크,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면서 정규 시즌을 대비한 공 배합도 시험했다.
1회에 3타자를 상대로 삼진도 하나 잡아내며 잘 막아낸 엄정욱은 2회에는 선두타자 오장훈에게 3루수쪽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두 타자를 모두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폭투로 오장훈을 2루까지 진루시켰으나 박준서의 우익수 앞 안타 때 오장훈이 홈에 들어오다 태그 아웃당하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긴 했지만 박정준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신인 유격수 최윤석이 공을 놓치면서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고 이후 보내기 번트 뒤 손아섭의 2루 땅볼과 박종윤의 우전 적시타로 2점을 내줬다.
엄정욱은 경기 뒤 "오늘은 날씨가 추워 전력으로 안 던졌다"며 "밸런스는 좋은 상태다"고 말했다.
잇따른 수술과 제구력 난조에 발목을 잡혀 2000년 프로 데뷔 후 지난 10년 동안 고작 통산 9승(7패 2세이브) 밖에 거두지 못한 엄정욱은 올 시즌 SK의 선발투수로 유력하다.
엄정욱은 2003년과 2004년 경기 중 한국 프로야구 최고 구속인 시속 158㎞를 던지며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끊임없는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2006년 어깨와 팔꿈치 수술로 2년 남짓 재활을 거쳐야 했다.
지난 시즌 겨우 6경기에 나와 7이닝 동안 홈런 4개를 포함 10안타를 맞으면서 8점을 내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올 시즌에는 다른 모습으로 선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성근 SK 감독은 "엄정욱이 오늘은 변화구가 안 좋았고 제구도 잘 안 됐지만 추운 날씨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 있게 던졌다"고 평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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