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할 때는 세심히 살펴보세요.”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가 가기 싫어 ‘꾀병’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가 복통을 호소해도 그냥 흘려버리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아이들의 복통이 흔한 증상이라며 쉽게 넘기다 낭패를 겪는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급히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탈장이나 맹장염으로 알려진 급성충수염을 간과하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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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배 아프다’고 호소할 때는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대체로 가벼운 복통일 수 있지만 증상에 따라 탈장이나 충수염 등 다양한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소화기관이 채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은 면역력 또한 약해 음식에 대한 거부반응이 자주 일어나 배앓이를 흔하게 겪게 돼 복통을 자주 호소하게 마련이다.
탈장=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오는지 살펴야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증상 중에서 아랫배가 불거져 나오면 우선 탈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남아는 고환 부위, 여아는 서혜부(사타구니) 주위 덩어리가 있는지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고환은 음낭 속에 위치하지 않고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태아 복강 내에 있게 된다. 고환이 태생 20∼30주가 되었을 때 아래로 내려와 태아 음낭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내려오는 길(서혜부)이 자연적으로 막히지 않으면 소아 탈장이 된다. 이를 방치하면 뱃속을 이탈한 장이 정관을 누르므로 고환에 나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정자는 인체보다 낮은 온도에서 생성되는데, 탈장이 고환으로 가는 혈관들을 반복 차단해 고환 주위 온도가 올라가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또한, 탈장은 그대로 놔두면 혈액순환 장애로 튀어나온 장기가 괴사할 수도 있다.
충수염(맹장염)=오른쪽 아랫배를 눌렀다 뗄 때 더 아픈지 확인
어린아이에게서도 충수염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오른쪽 아랫배를 꾹 눌러 충수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충수염은 통증 부위를 눌렀다가 뗄 때 더욱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오른쪽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복통을 호소한다. 처음에는 소화불량으로 시작돼 충수내강의 염증과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명치 부분과 배꼽 주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충수염은 어른의 증상과 다를 수 있기에 오히려 충수염이라고 의심 못할 수도 있다.
곽 박사는 “충수염의 증상으로 어른은 복통이 먼저 오지만, 어린아이는 처음에는 장염 증세처럼 명치 부위가 뻐근하다가 오른쪽 아래 부위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충수는 잘 발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른보다 얇고 길어 급하게 진행돼 대부분 급성으로 나타난다. 또한, 잘 터질 수 있어 증상을 가볍게 넘겼다가 복막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므로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
장중첩증=아프다, 안 아프다 반복되는지 확인
장중첩증이 있을 때도 복통이 나타난다. 장이 꼬여 있는 것으로 5∼10분 정도 통증이 있다가 15∼20분은 괜찮아지는 양상이 반복되며, 변이 토마토 케첩 같은 색을 보인다. 증상이 있을 때 빨리 병원을 찾으면 수술 없이도 장을 풀 수 있지만, 치료 시간이 늦어진다면 응급수술이 필요한 질환이다. 이들 질환 가운데 탈장이나 충수염 치료는 비교적 쉽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간단한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탈장은 많은 부모가 영아의 수술시기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생후 50일 이후면 발견 즉시 수술해도 무방하다. 당일 퇴원도 가능하며 다음 날부터 유치원·학교 등교가 가능할 정도로 거의 불편감도 느끼지 않는다. 특히 급성충수염은 72시간 내에 천공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평소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발견 즉시 병원 찾는 것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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