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양화가 이병헌씨가 창작 발레 안무가 박인자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어렸을 때부터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를 좋아했던 그는 훗날 서양화가가 됐다. 색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무용수의 화려한 의상에 매료됐다.
“무용가의 아름다운 인체의 선과 무용을 평상시에도 좋아했다”는 그는 2004년 무용 전문 잡지인 ‘춤과 사람들’에게 제의를 받았다. 바로 무용수들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것. 취지는 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무용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잡지사에서 주는 보상이 거의 없었는데도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2004년부터 시작한 무용수 초상화는 2006년에 첫 작품전을 갖고 그 후 또 3년이 흘러 이번이 두 번째 전시다.
일반적인 작품은 작가의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만 초상화는 대상도 만족시켜야 한다. 게다가 유화는 특히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번 칠하면 마를 때까지 3~4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품 하나당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한 작품마다 최선을 다했다. 내면과 외면을 모두 담아내야 하니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 과정 이외에도 많은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다. 화실이 대구인 그는 사진만 받고 작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무용수를 찾아가 만났다. 기자와 함께 무용수를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었다. 무용수를 즉석에서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스케치도 했다. 무용수와 관련된 자료를 받아 충분히 무용수를 파악했다. 그 후 무용수의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고,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고른 후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무용수을 만족시킨 초상화가 나올 수 있었다.
“다른 분야의 예술인을 그리니 조심스럽기도 하면서도 새로운 분야를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예술 영역을 이 확대한 좋은 기회였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지요.”
학창시절 초상화를 그려본 사람들은 초상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대상의 영혼까지 담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는 지금껏 74명의 무용가 초상화를 그렸다.
많은 무용수를 만나본 그는 이들의 공통점을 말했다. “몸으로 예술을 해서 그런지 굉장히 젊게 살고 있어요. 50대로 추측하면 실제로 10살이 더 많아 놀랐습니다.”
그는 제일 인상깊었던 무용수로는 춤의 명인 이매방 선생을 꼽았다. “다른 분의 춤은 직접 보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이매방 선생님의 팔순기념공연을 직접 봤습니다. 연로한 나이에도 ‘얇은 사 하이얀 고깔 나빌레’하며 장삼을 허공에 힘차게 뿌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이매방 선생 못지않게 그의 열정도 뜨거웠다. 인물화와 정물화로 이미 명성을 얻었지만 2006년 50세의 늦은 나이로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다. 인물화를 보다 심도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일 년 동안 그는 프랑스 외에도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여러 전시회를 돌아다녔다. 한 미술관은 30번 찾아가기도 했다.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리고 살펴보기도 하면서 미술을 공부했다. 연습한 누드 드로잉만 해도 1200점이나 된다.
그는 파리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곳곳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프랑스는 역사가 깊다 보니 일반인들의 예술 보는 눈도 높다”며 “미술관에 입장하려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 년에 한번 씩 개인전을 열고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이어졌다.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많은 초대전을 치렀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한국의 무용가 초상화전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3월 2일까지 열린다.
차유나 인턴기자(한림대 언론전공)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