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1000m 결승 23위 그쳐 이상화(21·한국체대)의 얼굴에는 아쉬움보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기쁨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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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발’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의 발 뒤축 모습. 엄청난 훈련량으로 인해 굳은 살이 박힌 ‘황금발’의 이상화가 19일 오전 1000m 경기를 마친 뒤 스케이트를 벗고 맨발로 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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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가 19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를 마친 뒤 기록이 순위권에서 멀자 아쉬워하며 자신의 스케이트 끈을 풀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
이상화는 “이제 경기가 모두 끝났으니 일단 푹 자고 싶어요. 요즘 편하게 자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먹고 싶은 것은 특별히 없는데 집에서 해주는 밥이 생각나요. 집 밥이 짱이죠”라고 웃었다. 이상화는 이제 다른 동료 경기 응원도 하고 폐막식에 처음 참가해 올림픽 열기를 맛볼 예정이다.
이상화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선수로 성장해 한국체대 입학 동기가 된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1)과의 열애설에 대해 “커플링이니 사귄다느니 그런 얘기가 인터넷에 나온 걸 보고 한참 웃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성별을 뛰어넘은 ‘절친’(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이다. 이상화는 양손에 한 개씩 낀 반지에 대해 “하나는 부모님이 연애하실 때 끼던 반지를 물려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1학년 때 아버지가 운동 잘하라고 사준 겁니다. 근데 커플링이라니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상화는 운동으로 다져진 자신의 굵은 허벅지에 대해 누리꾼들이 ‘꿀벅지, 금벅지’라는 별명을 달아준 것에 대해 “고마울 따름”이라며 “그런데 악플도 많더라구요”라고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허벅지 사이즈를 잰 적은 없어요. 체육과학연구원에서도 재보자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종 웃음을 감추지 않던 이상화는 메달을 못 따고 대회를 마친 ‘대선배’ 이규혁(32·서울시청)과 이강석(25·의정부시청)의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김관규 감독님은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 이번 금메달은 그런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죠”라며 “그동안 규혁 오빠와 강석 오빠의 덕을 많이 봤어요. 이번에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너무 감사드려요. 아마 큰절을 100번 이상 해야 될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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