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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통합헌법연구원장 |
놀랍게도 법치주의는 이러한 모정의 특성을 그대로 안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존립 목적으로 하고 있는 법치주의는 21세기에 이르면서 국민 복지가 만발하고 있는 북유럽 중심의 선진 국가의 경우 ‘모정적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모정적 법치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 평등의 원리를 엄격하게 구현하면서, 통치 전반에 예측 가능성을 확고히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의 주차위반 과태료나 세금을 내고도 국가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내는 국민적 정서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았다.
법치주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점은 여전한 국민적 냉소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의 ‘2008 국민 법의식 조사연구’를 빌리면 국민의 76.2%가 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법의 권위성과 불공평성에 대한 반감으로 나누면 각각 43.6%, 32.6%라고 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법치 수준이 90.3점(100점 만점)이지만 한국의 그것은 75점에 불과하다는 점도 법치 허무주의의 수치적 표현이다.
즉 단 한 번의 행정지도나 예고도 없이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건만 국세 납부에서도 통하는 카드 할부가 되지 않아 영업장이 폐쇄되고, 적자임이 명백하건만 빚을 내서라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금융권 대출은 차단돼 있으며,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인 ‘농가부채’는 늘어만 가는 등 국민의 고통, 특히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살아가는 영세 상인이나 서민과 농어민의 고통은 줄어들 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국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 만큼 모름지기 법치는 ‘모정’과 같아야하거늘, 이것이 곧 있게 될 ‘G20(주요 20개국)’의 다른 정상들이 알게 될까 걱정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법이 국민에게 더욱 봉사하는 모습으로 다가서야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일류국가로 웅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홍원식 통합헌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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