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때 변론 로펌 변호사까지 참여
사면권 견제 의문… 제도 개선해야 2008년 광복절 때 사면받은 기업인을 재판과정에서 변론한 법무법인의 소속 변호사가 해당 기업인의 사면심사에까지 참여한 사실이 확인돼 사면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일 이귀남 법무장관 등 법무부 내부위원 5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일부 위원의 독립성이 의심되고, 위원회 운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외에 법무부 황희철 차관, 최교일 검찰국장, 주철현 범죄예방정책국장, 대검찰청 국민수 기획조정부장이 내부위원으로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외부위원인 유창종 변호사와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이력 탓에 사면심사위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외 외부위원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과 오영근 한양대 법대 교수다.
경제개혁연대는 “유 변호사는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의 혜택을 받은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소속”이라며 “기업인 재판 때부터 사면심사 때까지 세종 소속이었는데도 심사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뒤 2003년 세종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권 이사장에 대해서도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 출신이라 대통령의 사면권을 견제할 사면심사위의 위원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위원회는 오는 5월 임기를 마치는 1차 사면심사위에 이어 2차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는 외부위원 후보를 대법원과 국회 등에서 추천받고 위원 9명 중 외부위원을 과반수로 해야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면심사위원 명단 공개는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 명단과 약력’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자 경제개혁연대가 소송을 내 “명단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이끌어내 가능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보다 먼저 사면심사위 명단을 자기 블로그에 공개한 한 블로거는 “우리나라 국민이 ‘법은 돈만 있으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교훈을 얻게 한 것임이 틀림없다. ‘법치’를 외치는 대통령과 ‘돈 있으면 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충돌하고 있어서 슬프다”는 글을 올렸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