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재조사 나섰지만…오랜 투병에 서있을 힘조차 없어
지난 14일 전남 영광군 영광읍 교촌리 예술연구소에 칩거 중인 공옥진(79·사진)씨를 찾았다. 뇌졸중, 신경통에 교통사고까지 당해 거동이 불편한 그가 어렵사리 몸을 일으켜 멀리서 찾아온 기자를 맞았다.
“내 병은 병원도 몰라. 차라리 나보고 의사를 하라지…”
무료 치료 제의도 거절한 채 홀로 살고 있는 공씨는 드러난 병도 병이지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
1999년 공씨는 전라남도에 자신의 1인 창무극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유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도 문화재위원회는 공씨의 춤이 전통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때론 눈 먼 봉사로, 때론 동물처럼 신들린 듯 거꾸러지고 몸을 뒤틀며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한 그의 춤은 수많은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1990년대엔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를 돌며 춤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공씨이지만 인간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춤을 배우려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긴 지 오래고 공씨의 몸 안에 갇힌 끼는 속병이 되고 말았다.
병들고 외로운 춤꾼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씨를 찾았고, 전남도청에서도 수개월 내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현장 재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현재 몸 상태는 조사위원들에게 춤사위를 보여주기는커녕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문화재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공씨는 아픔을 어루만지듯 가슴에 손을 얹고 이내 입을 다물었다.
재조사를 나온다고는 하지만 인간문화재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 인간문화재로 인정을 받으려면 전통의 예능 또는 기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씨의 창무극은 춤, 판소리 등 전통 요소를 두루 갖췄지만 그 어느 종목으로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전남도청 김희태 문화재전문위원은 “전통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고민스럽지만 다시 검토를 해보자는 취지”라면서도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판단)기준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덕수씨의 사물놀이도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며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 시대에 따라 재생산된 예술을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께 공씨를 찾았던 동국예술기획 박동국 대표는 “공 선생님이 북을 못 치나, 판소리를 못 하나”라며 “전통에 대한 폭넓은 해석이 아쉽다”고 탄식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 팀장 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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