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마늘이 현대과학을 만나면서 신비의 장막이 많이 벗겨졌다. 미국 국립암센터는 마늘을 항암식품 중 으뜸으로 꼽는다. 마늘의 게르마늄과 셀레늄의 작용 덕이다. 게르마늄은 비타민 B1을 무한정 흡수해 체내에 저장함으로써 피로를 극복하는 데도 탁월하다. 마늘이 당뇨, 고혈압, 아토피성 피부염, 살균, 항균, 해독, 신경안정, 강정 등에 뛰어나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제는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가 ‘마늘을 먹인 철갑상어가 두 배로 빨리 자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늘의 셀레늄, 티오설페이트 같은 성분을 추출해 섞어 만든 사료 덕분이라는 것이다. 공법을 특허로도 냈다고도 한다. 더 많은 데이터와 검증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놀라운 결과다.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고 그다음이 음식물을 이용한 치료다. 마늘은 효능이 입증되면서 구운 마늘, 흑마늘, 마늘 진액 등 건강식품으로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다. 매운맛과 냄새를 줄이기 위한 시도다.
마늘은 무, 당근, 배추뿌리, 연근, 마, 칡과 함께 뿌리가 약이다. 뿌리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생명의 근원·근기와 동의어다. 이것을 많이 먹으면 힘이 솟는다. 모든 병약함은 힘이 떨어지는 데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마늘 같은 뿌리 식물은 최고의 강정·강장제이자 무병장수의 묘약일 것이다.
한국인에게 마늘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유독 꺼려한다. 아마 마늘이 우리 민족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고 지레 경계하는 것은 아닐까. ‘마늘과 쑥의 힘으로 태어난’ 국조 단군을 가공의 신화적 인물로 희화화한 것과 맥이 통하는 느낌이다. 포파이에게 시금치가 있다면 한국인에겐 마늘이 있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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