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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라 불리는 짐승남들에게 남성미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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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21 13:38:07 수정 : 2010-01-21 13: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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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의 명언 중 하나는 ‘저자에서는 나이가 벼슬’이라는 것이다. 즉, 평생 벼슬을 할 일이 없는 백성들과 노비들에게 배경이나 족보를 거들먹거릴 일이 없으니 상하 서열 관계가 ‘평등’하게 나이로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이 호기롭게 ‘형님’, ‘아우’를 들먹이는 것이 아니라 ‘언니’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다.

얼기설기 찢어진 홑겹 무명 옷 사이로 빛나는 근육들

역사적으로 노비들의 반란은 적지 않게 있어왔다. 고려 시대에는 망이 망소이의 난이 있었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을 걸고 일어나 만적의 난도 있다. 이들은 모두 천민이며 노비들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실패했다. 덕분에 이제까지 사극의 주인공들은 고스란히 왕후장상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본격 노비 드라마 <추노>는 고상한 정치 대신 도망치는 노비들과 노비 잡기에 혈안이 된 생계형 인물들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제까지 사극에 등장하는 남자들 중 벼슬아치와 양반, 왕족들은 체형을 완벽하게 가려주는 비단 옷을 겹겹이 입고 노출을 최소화 해온 까닭에 몸매 감상은 언감생심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출은 여배우들이 도맡아 하곤 했다. 나무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침수를 드는 판에 박힌 장면들이 수도 없이 많이 반복되었다. 짐승남 중에서도 명품 근육을 보유한 ‘대길 언니’ 장혁도 과거 회상 장면에서 양반 댁 도련님으로 등장할 때는 비단 옷으로 그 멋진 몸매를 칭칭 동여매다 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추노>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신분이 낮다보니 무명 홑겹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나마도 얼기설기 찢어져 속살이 거침없이 보인다. 무엇보다 이 속살들은 정말 볼 만 하다. 대길 언니 장혁의 조각 같은 상반신 근육을 비롯하여 그와 함께 일하는 최장군과 왕손이 역시 대길 언니가 ‘근육’을 보고 뽑아왔는지 붕어빵 같은 복근을 자랑한다. 게다가 감칠맛 나게 잠깐 나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등장한다. 아낌없이 공개되는 남정네들의 ‘명품 속살’에 여성 시청자들의 입가에선 흐뭇한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엣지 넘치는 패션과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

옷걸이가 워낙 좋다보니 어떤 옷을 걸쳐도 그림이 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의 옷차림은 저자의 일반적인 패션과 사뭇 다르다. 저자거리에서 최강 비주얼을 보유한 추노꾼 대길 패거리의 스타일은 패셔니스타의 공식을 따라 ‘계절의 추위와 더위에 초연한’ 고급 패션을 추구 한다.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소매 없는 옷은 기본이다. 여성들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야성미 넘치는 가슴팍을 보여주기 위해서 옷고름 있는 저고리도 사양이다. 이들은 대개 조끼를 입는데 너덜너덜함을 장점으로 하는 그런지 풍의 베스트를 걸친다. 하지만 제아무리 몸매가 탄탄하다고 해도 감기에 걸려 하루 이틀 골골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육이 풀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최소한의 의상으로 최대의 보온효과를 낼 수 있는 소품이 등장했다. 바로 스카프 형 목도리와 팔목 토시이다.

고스란히 노출되는 맨살을 최소한으로 가려주는 이 소품들과 훤칠한 인물과 조각 같은 근육 덕분에 ‘추노꾼’이라는 비호감 직업에도 불구하고 대길 언니 패거리의 인기는 수직 상승 중이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흐뭇하지만 사전촬영 분량이 끝나갈수록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에 여전히 노출지향형 의상을 ‘입어줄’ 것인지 염려스럽다.
  

갓이나 관모를 쓰지 않는 대길 언니 패거리는 헤어스타일 역시 남들과 다르다. 조선시대 일반 남성들이 주로 했던 ‘상투’라는 전형적인 규율을 살포시 무시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데 대길 언니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내추럴 웨이브이다. 어깨정도 길이에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는 머리를 필요에 따라 묶기도 한다. 가리마는 없고 이마는 비교적 드러내는 편이다. 반면에 앙증맞고 귀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막내 왕손이 김지석의 헤어스타일은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하듯 동안의 왕도라 불리는 앞머리에 찰랑찰랑한 생머리라 가장 눈에 띈다. 여기에 가짜 상투를 멋내기용인 듯 반만 모아서 틀어 올리고 나머지 머리는 자연스럽고 예쁘게 늘어뜨린다. 이 둘에 비하면 최장군의 헤어스타일은 그럭저럭 평범한 편이다.      

<추노>는 방구들에 눌러 앉아 입으로 정치를 하는 궁중사극과 달리 발로 뛰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이 앞서 나가는 액션 사극이다. 주인공 남자들의 신분이 양반이 아닌 덕분에 순간순간 소금기 머금은 남자들의 거친 땀 냄새가 금방이라도 브라운관 밖으로 전해질 것 같은 활기를 머금은 채 강력한 페로몬을 내뿜는다. 어쩌면 진짜로 이름도 없이 사라진 우리의 조상 중에 이토록 섹시한 남자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사진제공 KBS 홈페이지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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