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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 칼럼] 세종시 퇴로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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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8 20:36:05 수정 : 2010-01-18 20: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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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론까지 나온 살벌한 여여
국익 위해 대통령이 핸들 꺾어야
세명의 총잡이가 삼각대결을 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최고의 명사수와 그다음 사수가 맞총질을 하면 꼴찌 총잡이가 승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정국이 그렇다. 여당 총잡이들은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해대고 있다. 적의 적은 동지다. 야당은 한나라당끼리 총질에 쾌재를 부르며 호남과 충청 민심에 불을 지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치명적 분열을 학수고대하며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론으로 살펴보면 세종시 이슈에서 청와대는 아주 불리하다.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위해 정운찬 총리와 청와대 참모들, 한나라당 주류 의원들이 과열 홍보전 지적을 들으며 백방으로 뛰지만 소득은 미미하다. 충청 민심은 원안 고수 의견이 더 많다. 다음달 설연휴(13∼15일)를 지난 뒤 민심이 확 바뀔 것을 고대하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 구도로는 수정안 국회 표결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종시 이슈는 옳고 그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과열되면서 생긴, 그렇지만 충분히 예상된 부작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 효율성’과 박 전 대표의 ‘약속의 정치’라는 논의 주제는 뒤로 밀려나 버렸다. 그 자리를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정치게임이 차지했다. 정 총리가 지난 11일 9부2처2청 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는 수정안을 발표하자마자 박 전 대표는 바로 다음날 저녁 벼랑끝으로 몇발 더 나갔다. 그는 “(충청 여론이 호전돼도)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충청 민심을 호전시켜 사태를 반전시키려는 청와대 사람들을 향해선 말귀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라고 퉁을 놓았다.

당대표를 노리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 분당을 입에 올렸다. 그는 “자기 소신만 내세우려면 혼자 탈당하고 나가 당을 만들어야 된다”고 박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독불장군’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같은 시간 홍 의원 대신 정몽준 당대표를 겨눠 ‘신뢰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지난해 10월 재·보선 직전) 원안 추진이라는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언급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정 대표는 얼마 전 중국의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를 인용, 박 전 대표를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한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한 멍군인 셈이다. 살벌해진 여여전쟁의 한 풍경이다. 친이, 친박세력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충돌지점을 향하고 있다.

누가 겁쟁이인가를 가리는 치킨게임의 결과는 공멸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한 쪽이 핸들을 꺾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핸들을 뽑아버렸고 정 총리가 수정안을 발표하자 이번엔 아예 자신의 손발을 의자에 묶어 버렸다. 이대로 마주 달리면 대충돌밖에 없다는 것을 청와대는 확실히 알게 됐다. 박 전 대표가 거듭 강수를 놓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18대 대선 전초전이라고 여긴다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든 명분은 약속을 지키자는 것이다. 양측이 명분론에 매몰되면서 싸움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므로 상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팃포탯’ 전략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협력하면 도와주고 배신하면 응징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친박세력이 코앞에서 반발해도 복수의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에서 안 도와줘도 여론조사에서 차기권력 1순위자이고, 공천권으로 친박 의원들을 위협하면 좋으련만 그도 통하지 않는다.

결국 청와대는 전격적인 원안 회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배수진으로 친박과 사생결단을 하는 것은 자멸의 길이니 가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대중 뒤를 따라가며 리드해야 한다. 아무리 백년대계라고 하더라도 시대상황을 무시할 순 없다. 국익을 위해 누군가가 핸들을 꺾어야 하는 국면이라면 세종시뿐 아니라 다른 현안을 가득 안고 있는 이 대통령이 물러서는 수밖에 없다. 볼륨을 줄이고 퇴로를 찾는 게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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