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m7… 내리 꽂는 빠른공 위력적
아직 ‘원석’… 유연성·밸런스 갖춰야
호랑이 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밴쿠버 동계올림픽(2월)과 남아공월드컵축구대회(6월),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즐비하다. 자고 나면 이어지는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로 지구촌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각 종목에서 주목받는 ‘물건(?)’이 꽤 있다. 팬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새내기들을 미리 만나 본다.

프로야구 두산의 새내기 투수 장민익(19·2m7·사진)의 새해 포부다. 화수분처럼 유망주를 배출하는 두산이 올 시즌 선보일 ‘야심작’이다. 오는 2월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는 장민익은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1차 지명된 주인공. 그는 귀한 왼손 투수에 키까지 커 위에서 내리 꽂는 빠른 공이 장점이다. 때문에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
구단의 기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민익은 잠실구장에서 겨우내 윤석환, 조계현 투수코치의 지도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훈련 프로그램이 고교 때와는 달라 낯설기도 하지만 재미있어 힘든 줄 모른다”고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두산 관계자들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장민익의 올 시즌 목표는 1군에서 뛰는 것. 그는 “큰 키 때문에 농구나 배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우선 1군에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존슨이나 부드러운 투구 폼을 가진 류현진(한화) 선배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몰론 신인왕도 욕심 난다”고 말했다.
장신 투수에게는 여러 이점이 있다. 최대 장점은 위에서 내리 꽂는 릴리스 포인트. 18.44m 앞 마운드 위에서 남들보다 최소 30㎝ 이상 더 높은 곳에서 공을 뿌리면 타자에겐 마치 옥상에서 던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위협적이다. 투수의 투구 궤적이 상하 편차가 클수록 타자의 수평적인 스윙 궤도와는 만날 확률이 작아진다. 선이 아니라 점에서 만날 뿐이다. 때문에 투수에게 훨씬 유리함은 당연하다.
더욱이 장민익은 큰 키에다가 좌완이라 우타자 몸쪽에 꽂히는 공은 위력적이다. 아직은 최고 구속이 140㎞ 초반에 불과하지만 워낙 각도가 커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속도는 150㎞ 이상을 웃돈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장민익을 올 시즌 비밀병기로 손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민익은 아직은 덜 다듬어진 ‘원석’이다. 일단 하드웨어부터 더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큰 키에 비해 너무 호리호리한 체격이어서 체중과 근력을 더 늘려야 한다. 현재 장민익의 체중은 90㎏ 후반대. 이에 장민익은 이달 17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 갈 때까지 105㎏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래야 근력이 제대로 붙어 더욱 위력적인 공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민익은 부상 방지를 위해 유연성도 길러야 한다. 투수인 만큼 어깨 주변 회전근의 유연성 강화가 중요하다. 이는 일명 ‘대나무 프로젝트’로 불린다. 길지만 잘 휘어져 쉽게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와 같은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다.
밸런스 역시 중요하다. 덩치가 너무 크면 중심 이동과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체가 체중을 받쳐줘야 하는데 장신 선수들의 경우 마른 선수가 많다. 장민익도 예외는 아니다. 큰 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환 투수코치는 “아직 어린 만큼 장래성을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수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밸런스가 괜찮은 편이라 체중만 더 불리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투구를 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경문 감독도 “장민익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프링캠프까지는 눈여겨 보겠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키만 봐선 ‘한국의 랜디 존슨’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장민익이 별명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줄지에 소속팀 두산은 물론 야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존슨은 메이저리그에서 300승 고지를 밟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왼손 투수다.
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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