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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난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입력 : 2009-12-28 16:38:15 수정 : 2009-12-28 16: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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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10년간 1억6000여만원 남몰래 기부 2000년부터 매년 성탄절 무렵 남몰래 놓고 간 돈이 모두 8000여만원.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녀갔다. 돈이 들어 있는 상자를 놓아 둔 위치만 알렸을 뿐 그는 올해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로 잘 알려진 익명의 기부자가 28일 오전 노송동 주민센터 옆에 현금 8000여만원이 든 상자를 두고 갔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오전 11시55분쯤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자의 위치만 알렸을 뿐 올해도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노송동사무소 맞습니까? 동사무소 옆 세탁소 자판기 아래에 상자가 있으니 가져가십시오”란 40대 남성의 전화 목소리에 동장과 직원 4명이 모두 달려나갔지만 ‘얼굴 없는 천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신분을 물어보려 했지만, 얼굴 없는 산타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매년 이어졌다. 동전과 지폐 등 58만4000원이 든 저금통이 시작이었다. 그는 9년간 10차례(2002년 2회)에 걸쳐 주민센터에 모두 8000만원이 넘는 돈을 맡겼지만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주차장 옆 화단에 돈이 든 상자를 뒀습니다. 찾아가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최근 그의 전화가 걸려 온 시점은 12월21일부터 24일 사이. 주민센터 직원들은 올해도 크리스마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으로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당초에는 전주시가 24일 그를 기리는 표지석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남몰래 선행을 해 온 그에게 부담이 될까봐 행사를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탄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올해는 건너뛰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천사는 생각보다 조금 늦게 나타난 것 뿐이었다.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올해는 주민센터 화단까지 오지 않고 옆건물까지만 조심스럽게 다녀갔다.

박스 안에는 5만원과 1만원권 지폐뭉치 8000만원과 돼지 저금통 속의 동전 26만 5920원이 들어 있었다. 함께 들어 있던 종이에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들이 그러하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10년간 11차례 이어진 그의 성금은 이제 모두 1억6136만3120원이 됐다.

그가 남긴 성금은 그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지난 9년간 607가구가 그 덕택에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올해도 이 지역 수백여 가정의 겨울나기에 그의 성금이 보탬이 될 것이다. 노송동은 구시가지라 땅값이 싸서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이 많은 지역. ‘얼굴 없는 천사’가 이곳 주민들의 형편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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