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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사람&사건·사고] (3)강호순 사건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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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0 11:38:44 수정 : 2009-12-20 11: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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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들을 연구하라”치안종합대책 발표에도 국민 불안감 여전

“CCTV는 미봉책… 본질적 치유책에 투자를”
우리 사회는 올해도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에 경악했다. 2009년 한 해가 밝자마자 2년여 동안 부녀자 8명을 납치·살해한 강호순이 검거됐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등 13명을 살해해 사형이 확정된 정남규가 수감 중 스스로 목매 숨졌다.

경찰은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 등을 담은 치안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은 이 사건을 애써 잊으려 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도대체 강호순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왜 생겨날까.

◇지난 1월 경기 안산시 팔곡동 야산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납치해 살해한 부녀자를 암매장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에서 일하는 프로파일러 권일용(45) 경위를 만나 살인마 강호순에 대한 그의 기억을 들어봤다.

권 경위는 강호순 검거 전 ‘30대 후반, 호감형 얼굴, 개인 승용차 이용, 안산 지역 거주자’라고 추정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남규 사건 때도 ‘범인이 35∼40세 연령’이라고 예측했고 36세의 정남규가 검거되면서 또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래도 강호순의 범죄 행각엔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정남규, 유영철과 달리 강호순은 거의 처음부터 부녀자를 납치하면 많은 시간을 갖고 상황을 통제하며 살인 욕구를 충족해갔습니다. 정남규, (부녀자 20명 이상을 살해한) 유영철은 자극하면 즉각 반응했는데 강호순은 끝까지 냉정했습니다.”

권 경위는 정남규 검거 전에도 2년 넘게 그를 프로파일링하며 쫓았다. 법무부가 정남규 자살 직후 ‘사형에 대한 압박감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성급히 결론내린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살인을 하고 싶어 죽은 것입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다.

“정남규에게 피습당했지만 목숨을 건진 피해자가 ‘강도인 줄 알고 핸드백을 줬는데 웃으면서 계속 찔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살인이 목말랐던 겁니다. 살인을 더 하고 싶은데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겁니다.”

끔찍한 범죄자와 공존하는 우리 사회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뭘까. 연쇄살인자 등 흉악범의 사고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생각에 권 경위의 생각을 물었다.

“CCTV 많이 설치하고 가로등 훤히 밝히면 연쇄살인마들이 두려워서 가만히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 배경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 자료를 모아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후에야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을 수 있죠.”

권 경위는 유영철, (혜진·예슬양 살해범) 정성현, 강호순 등으로부터 최근 흥미로운 연구과제를 찾아냈다. 이들 셋이 모두 1970년생으로 나이가 같고 정남규도 1969년생으로 한 살 더 많을 뿐이다.

“연쇄살인범은 내면의 분노감이 축적되다 폭발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20대는 너무 빠르고 30대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권 경위는 흉악범죄에 대한 학계 등의 연구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지금 대학 교수들이 자기 돈 들여 교도소 다니고 범죄자를 면담합니다. 당장 CCTV 설치에는 예산을 많이 써도 뭔가 본질적 치유책을 세우기 위한 작업에는 투자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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