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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고 싶으면 해봐야 한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입력 : 2009-11-06 18:21:56 수정 : 2009-11-06 18: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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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만들어 가난 딛고 우뚝 선 아프리카 소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연구원’으로 뽑혀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윌리엄 캄쾀바 외 지음/김흥숙 옮김/서해문집/9800원

윌리엄 캄쾀바 외 지음/김흥숙 옮김/서해문집/9800원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아프리카라는 가난의 ‘구멍’을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온 소년의 이야기다. 올해 갓 22세 된 캄쾀바가 주인공.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있는 말라위의 한 농부 아들인 캄쾀바는 대기근으로 단돈 80달러가 없어 중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은 내가 내 인생을 움직이는 대신 비와 비료값이 나를 움직이는 말라위 농부가 되는 것. 나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생각하면 너무도 두려워 앓아눕고 싶었다”고 말하는 소년은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과학책을 읽으며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너지 이용’이란 미국 교과서에서 발견한 풍차 사진이 소년과 마을의 운명을 바꾼다.

“풍차와 펌프가 있으면 엄마가 1년 내내 뜰에서 토마토, 감자, 양배추 등을 길러 먹거나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아침을 거를 일도, 학교를 그만두는 일도 없을 것이다. 풍차가 있으면 마침내 어둠과 굶주림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풍차 책을 보며 말라위의 풍부한 바람을 떠올린 캄쾀바는 풍차가 전기를 생산해내며 펌프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열네 살 소년은 미쳤다는 조롱을 당하면서도 쓰레기장을 뒤지며 필요한 재료를 찾아내 자기 집에 풍차를 세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하며 2007년에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혁신적 기술자와 기업인들의 모임인 TED의 글로벌 연구원으로 뽑혔다.

◇14세 소년 캄쾀바가 자신의 집에 세운 풍차를 취재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한 기자들.
말라위는 ‘심칼리차(난 어차피 죽을 거예요)’, ‘말라자니’(날 없애 주세요)’, ‘말리로(장례)’, ‘만다(비석)’, ‘펠란투니(빨리 죽여 주세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곳. 굶주림이 일상이 된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잃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힘을 일깨우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는 성장동화이기도 하다. 기근 속에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우리 걸 훔친 사람에게 어떤 벌을 주어야 하느냐고 묻는 캄쾀바에게 아빠는 답한다. “경찰을 부르면 그 사람들은 감옥에서 굶어 죽을 거야. 모두 똑같이 배가 고파. 우린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해.”

‘풍차’로 유명인사가 된 소년은 아프리카리더십아카데미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밟으며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있다. “가난하다는 건 매우 깊은 구멍 속에 갇힌 것과 비슷해서 그곳을 벗어나려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구멍 밖의 밝은 빛을 보기도 전에 포기하곤 한다”고 강조하는 소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아프리카 전역의 시골 마을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전한다. 그리고 말한다. “무엇을 하든 난 내가 배운 한 가지를 기억할 것이다. 뭔가를 이루고 싶으면, 해보아야 한다는 걸.”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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