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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봉사”… 은발의 ‘인생 2악장’

입력 : 2009-10-31 00:00:52 수정 : 2009-10-31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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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시니어앙상블 9명의 ‘즐거운 인생’ “이런 게 세상 사는 기쁨이에요. 좋아하는 음악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고, 엔도르핀이 솟아나죠.”

29일 서울 서초구립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서초시니어앙상블 단원 9명은 음악을 통해 봉사하는 것이 마냥 즐거운 듯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전날 데뷔 무대의 감동과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서초시니어앙상블 단원들이 28일 서울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에서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첫 연주회를 열고 있다.
서초시니어앙상블은 요양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음악을 선물하는 자원봉사를 위해 지난 2월 창단했다. 2.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단원 9명의 평균 나이는 62세. 장재영(34)씨의 지휘에 따라 매주 목요일마다 2시간씩 8개월여를 연습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28일 처음으로 서울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을 찾아 치매 노인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이달 초 노인의날 행사 때 데뷔할 계획이었으나 신종플루 사태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계속 미뤄오다 연 무대였다.

단원들은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아는 선율이 나오면 흥얼거리고, ‘참 잘한다’고 좋아하는 걸 보니 우리도 흐뭇했다”고 입을 모았다. 9곡의 연주가 끝난 뒤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받았을 때에는 감동적이었다고 저마다 말을 보탰다.

첫 무대에서 클라리넷 독주를 한 최정숙(61·여)씨는 “다른 어르신들과 음악을 통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좋은 기회였다”면서도 “조금 떨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제1 플루트의 김선옥(57·여)씨도 “치매 어르신들이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했다”며 “봉사하는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마추어 연주단이라지만 다양한 출신의 단원 중엔 ‘숨겨진 실력파’도 많다. 트롬본을 부는 이종구(64)씨는 다른 아마추어 실내악단 단장과 지휘까지 맡고 있다. 이씨는 “기존 악단에서도 가끔 연주봉사를 한다. 매번 내가 더 기분이 좋다. 관객이 좋아하는 것을 느끼면 더 좋아진다”며 “기대보다 더 큰 성과를 얻어가기 때문에 이번에 본격적으로 자원봉사 연주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1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박현선(61·여)씨는 “그동안 학생을 가르치기만 했지, 직접 바이올린을 잡아본 건 수십년 만이었다”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봉사하자’는 생각이 들어 봉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음악과 봉사의 의미를 잘 알기에 한마음으로 노년을 즐겁게 사는 앙상블 단원들. 11월 양재노인복지관 작품전시회 축하 공연, 복지관 자원봉사팀 연말 감사 행사 등 쏟아지는 연주 요청에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며 열의가 대단하다.

외교관 출신으로 공직 생활 중 틈틈이 배운 첼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오기철(61)씨는 “아프리카 수단 대사로 근무할 때 현지 보육원·양로원에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음악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나부터라도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운 바이러스’를 뿌리면 언젠가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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