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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의 뿌리는 무교”

입력 : 2009-10-20 22:54:46 수정 : 2009-10-20 22: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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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 펴낸 최준식 교수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나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릴 때면 무당·점집을 찾아 길흉을 점치는 현상은 21세기에도 여전하다. 또 기복신앙이라는 측면에서는 불교, 기독교가 무교와 다를 바 없는 신앙행태를 보여주는 게 한국 종교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교(巫敎)는 유독 무속이라는 이름으로 배척됐다. 불교·기독교는 고등 종교로, 무교는 하등 미신으로 치부한 시각이 한국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개신교의 부흥회도 일종의 푸닥거리이고 굿판이 아니냐”고 묻는 최준식 교수는 우리 문화의 기본 코드인 무교(巫敎)의 복권을 주장한다.
최근 ‘무교-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모시는사람들)을 출간한 이화여대 최준식(한국학) 교수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스스로가 자꾸 타자의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봤기 때문에 무교를 천한 사람들의 종교로 치부한 것”이라면서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시각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시각으로, 또 지금은 미국의 시각으로 우리는 전통 문화를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문화의 뿌리는 대부분 무교에서 비롯되는데도 마치 ‘암거래하듯’ 무교를 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한국 종교의 기본 코드를 무교로 파악하며 무교의 역사와 한국종교 전반의 구조를 풀어나간다.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의 종교를 연구하다 보니 근원인 무교로 자연스렇게 귀결되더라”고 했다. “조선시대도 상층 엘리트문화를 빼고는 전부 굿판으로 집약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판소리는 남도굿판에서, 산조는 시나위판에서 비롯된 것이며, 단오제는 아예 ‘단오굿’으로 불리죠. ‘난타’도 풍물굿을 상품화한 것 아닙니까.”

‘종교란 속된 공간에 성스러움이 침투하는 사건’이라는 종교학자 엘리아데의 정의를 따르면 굿판은 종교적 정화의식이며 무당은 종교의식을 집전하는 사제다. 하지만 무교에 체계화된 교리가 부족한 것은 무교를 하등 종교로 전락시킨 요인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무교가 귀신이나 섬기는 미신의 한 종류로 전파된 것과 달리 애초에는 고등종교가 간직한 ‘사랑’과 ‘배려’의 덕목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무교에는 ‘나의 일(굿)은 파리 한 마리가 한을 품어도 안 된다’는 정신이 있는데, 무당은 굿을 하는 동안 자리를 비켜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굿판에서 쫓아버린 잡신들부터 다시 불러다 먹인다. 고등종교의 덕목이 사랑과 자비라고 할 때 무교에도 하찮은 생령·잡귀까지도 내치지 않고 포용하는 정신이 엄연히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본의 신도나 아프리카 민속종교를 경전이 없다고 해서 그것을 종교가 아니라고 하진 않느냐고 되묻는다.

그는 유교·불교는 한·중·일이 공유하는 종교이며, 각 나라 문화의 색을 입히는 것은 바로 도교, 신도, 무교 같은 각 민족 토착의 종교임을 환기시킨다. “도교나 신도를 미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일본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신도 사옥을 주제로 ‘물위의 사원’과 같은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일본은 신도를 자신들의 정통 신앙으로 인정하고 발전시켰다는 것. 특히 샤머니즘은 시베리아 등 동북아 지역에 존재했었지만 “한국 무교는 고대의 순수한 의례가 비교적 온전히 남은 경우”라고 최 교수는 한국 무교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당굿이나 단오제 등 무교 의례의 많은 수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런 의례들은 “무교의 핵심인 신들림(엑스터시)이 빠져 있다”면서 “서사 무가, 춤, 연극, 인류학, 정신의학 등 무궁무진한 문화·관광 자산이 숨어 있는 보고로서 무교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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