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참여정부의 수도이전계획에 정면으로 저항한 대표 인사였다. 2005년 3월 세종시 특별법이 통과되자 이 시장은 7월 ‘위헌’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법은 이미 위헌 결정을 받은 신행정수도법과 실질적으로 목적, 장소, 방법 등이 사실상 같은 ‘제2의 입법’”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대선 기간 한나라당 대선주자·후보로서의 발언은 달랐다. 주로 “대통령이 돼도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의 연속이었다. 특히 2007년 11월27일 대전유세에선 “당선되면 행복도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공언했다. 간혹 ‘자족기능’ 겸비를 통한 수정, 보완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의 이행 기조는 대통령 이후 불과 몇 달 전까지 ‘공식적’으로는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여야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을 끝으로 세종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진의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대통령이라도 본인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현행 법을 존중하지 않으면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법을 집행할 때 반드시 그 법에 동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간 세종시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국정 책임자로서 불가피한 것으로, ‘속뜻’과 다르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사석에서 “양심상 그 일(세종시법)을 그대로 하기는 어렵다”는 심정을 가끔 털어놨다는 참모들의 전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사실상 서울시장 시절의 ‘반세종시’ 소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세종시 수정에 대한 첫 의중 표출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근원적 처방’ 구상을 제시하고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행보를 시작하면서 세종시 수정 추진에 대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상승과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 등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운찬 총리 발탁은 세종시를 위한 ‘맞춤용’ 인사라는 게 정설이다.
이런 이 대통령에 대해 ‘약속 파기’, ‘말바꾸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집권 기반이 흔들렸던 지난해와 ‘충청표’가 절실했던 대선 기간에는 ‘약속’ 실천을 다짐했다가 뒤늦게 뒤집은 것은 대통령의 신뢰성, 진정성 훼손을 자초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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