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원효대사처럼 비판적으로 읽자
고교생, 박지원처럼 토의·토론 즐겨야
최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책을 들고 있는 동상이 들어서 화제가 됐다. 세종대왕뿐 아니라 위인들 가운데는 책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분들이 많다. 저마다 자신만의 독서방법으로 역사, 문화, 정치, 경제에 관한 지식을 터득하고 훌륭한 업적을 쌓았다. 위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책을 가까이 했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따라해 봄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와 효과를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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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양중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어릴 때부터 책을 늘 곁에 두고 조금씩이라도 자주 읽는 습관은 독서를 생활화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독서교육전문업체 한우리 독서논술의 이언정 선임연구원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즐겼던 세종대왕식 독서법은 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꼭 필요한 방법”이라며 “먼저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비치해 읽고 싶은 책을 언제든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책에 대한 흥미가 없는 아이는 아이가 좋아하고 내용이 쉬운 책 한 권을 골라 여러 번 읽게 하는 세종대왕의 ‘백독’ 방법을 활용하면 좋다. 그러나 세종대왕처럼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는 것은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책상 아래로 다리가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바른 자세로 책을 읽게 지도하는 등 독서자세와 습관, 환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초등 고학년, 다산 정약용처럼 ‘정독’=조선 말기의 실학자이자 문인인 다산 정약용은 정치를 바로잡고 백성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권 이상의 책을 펴냈다.
정약용의 독서법은 바로 정독이다. 옛 문헌을 보면 정약용은 책 읽기 전과 후 두 차례에 걸쳐 책의 내용을 꼼꼼히 분석했다.
먼저 책을 대하기 전 마음속에 읽으려는 목적과 의지를 확고히 하고 책의 중요한 부분은 따로 메모해 두기도 했다. 책 속 한 글자, 한 글자가 갖고 있는 깊은 뜻까지 파악하는 정독을 즐겼던 것이다. 이 같은 정독의 습관을 통해 정치, 경제 분야의 명저를 집필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방법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절하다.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독서의 동기와 목표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고, 목표를 정해 완독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책을 읽는 중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를 반드시 찾아보도록 하고 문맥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확인하자. 독서 후에는 아이가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가족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거나 글로 써보는 것도 좋다.
◆중학생, 원효대사처럼 비판적 글읽기=원효대사는 당나라 유학 길 새벽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깨달음을 얻은 신라시대의 대승려이다. 평생 불교사상의 융합과 실천에 힘썼으며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론’ 등의 철학서를 집필했다.
원효대사의 독서법은 책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인 시선을 가지고 책을 보는 것, 즉 ‘비판적 독서’였다.
또 일단 전체적으로 훑고 난 뒤 핵심 부분을 세부적으로 읽어가는 단계적 독서를 즐겼다. 비판적 읽기는 자신만의 주체적인 기준과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된 중학생과 고교 저학년에게 적당하다. 이러한 비판적 책 읽기는 논술 대비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책을 읽은 후 가족, 친구와 함께 주인공의 행동이나 작가의 시각에 대해 토론하며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이때 일정한 주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에서 저술한 두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비판적,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고교생, 박지원처럼 토의·토론 즐겨라= 조선후기 실학자 겸 소설가인 연암 박지원은 자유롭고 기발한 문체를 구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열하일기’, ‘연암집’, ‘허생전’ 등의 다양한 한문소설을 발표했다.
박지원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토의, 토론을 즐긴 것이다. 그는 당대에 함께 활동한 홍대용, 박제가 등과 친밀히 교제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독서의 범위를 넓혔다. 또 책을 읽으면서 주체적 사고와 세계를 탐구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졌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방식은 어느 정도 독서가 습관화된 고교생에게 가장 적합하다. 책 속 내용에 한정된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인 자세로 타인과 의견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독서 후 활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논술뿐 아니라 면접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 책을 읽고 난 후 친구들과 토의 토론하는 자리를 가짐으로써 책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논리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도움:한우리독서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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