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전, 편견과 상식’에서는 ‘자판기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자판기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에도 커피 자판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자판기들이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일본의 자판기는 정말이지 다양한 자판기들이 존재한다.
일본이 ‘자판기 천국’이 된 것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1960년대 이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한 방편으로 자판기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더욱 더 발전해 지금은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물건들이 자판기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선 일본에서도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자판기는 음료 자판기, 담배 자판기를 들 수가 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은 공원 앞에 늘어선 음료 및 맥주 자판기들이다.
결국 자판기업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판기의 담배매출이 감소하는 ‘악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운전 면허증으로 성인 인증이 가능한 담배 자판기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인터폰을 이용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자판기가 선을 보인 후, 최근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얼굴을 이용한 성인식별 인증시스템이라는 것까지 갖췄다.

아래 사진은 코카콜라 전용 자판기이다.

또한 설치 대수에서 1, 2위를 다투는 담배 자판기도 눈에 자주 들어온다. 일본에서는 2008년 7월 1일부터 담배 자판기에서 성인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담배를 살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부터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결국 ‘taspo’라는 담배 구입용 성인 인증 카드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자판기를 통해 담배구입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비록 이 카드 신청이 무료이기는 하지만 과정이 번거로운 것은 사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판기보다는 그냥 편리하게 편의점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서 유일하게 편의점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이 얼굴의 형태만으로 성인임을 식별하는 장치다. 담배를 구입하기 전에 먼저 1번이라고 쓰여진 곳에 얼굴을 보인게 한 후 2번 성인 확인 버튼을 누르고 성인 인증이 된 후 돈을 넣고 담배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 성인식별 장치를 개발한 측에 따르면 얼굴의 특징, 즉 눈이나 입주위의 주름, 골격 등을 기초로 성인임을 식별한다고 한다.

다만 구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별도로 면허증을 이용해 성인인증을 한다던가 구입 이력을 통한 얼굴 조합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일본 거리를 다니다가 이런 장치가 부착되어 있는 기계를 보게 된다면 굳이 담배를 사지 않더라도 한번쯤 자신의 얼굴이 성인 인증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담배 자판기에 이어 술자판기도 성인을 위한 빼놓을 수 없는 자판기다. 아래 사진을 보면 맥주 뿐만 아니라 일본사람들이 ‘니혼슈(일본주)’라고 부르는 청주 자판기도 찾아볼 수 있다.

[ 청주 자판기에는 딱 한 종류의 청주만 판매한다. 버튼도 심플하게 달랑 두개일 뿐이다. ]
그럼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본의 특이한 자판기들을 살펴보자. 다음은 도심 지역의 역안에 설치되어 있는 책 자판기다.
가격은 사진에서 보이는대로 책 종류에 따라 500엔부터 판매되고 있다. 출퇴근에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듯 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자판기는 우산 자판기다. 변덕스러운 일본 날씨를 생각하면 정말 필요한 자판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가격이 일본 물가를 고려한다고 해도 조금 비싼 편이었다. 비닐우산이 450엔, 일반 장(長) 우산이 1000엔이다. 아무래도 매일 판매되는 상품이 아닌데다, 필요하면 살 수 밖에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책정된 듯 싶었다.

위 두 사진은 빵과 과자를 판매하는 자판기다. 큰 건물이나 대학, 역 등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빵 자판기를 이용해서 130엔짜리 빵을 하나 사먹어 보았는데, 맛도 괜찮았다.

‘빵통조림’이라는 이름의 생소한 음식을 판매하는 자판기도 발견할 수 있다. 조금 비싼데다가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독특한 음식을 파는 독특한 자판기라고 할 수 있다.
역 앞에 설치되어 있는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대용 식품 자판기다. 바쁜 샐러리맨이나 학생 등을 위한 아침대용식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들은 도쿄 아키하바라 근처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통조림 자판기다. 오뎅통조림, 우동 통조림, 라면 통조림 등이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의 통조림이 300엔에 판매되고 있다. 따뜻하게 먹어야 할 음식을 차갑게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추천하기는 힘들겠지만 재미삼아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은 한국에는 흔한 인스턴트 종이컵 커피 자판기가 일본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캔커피 자판기야 많지만 즉석에서 종이컵에서 나오는 자판기는 흔치 않다. 취재 중에 우연히 종이컵 커피 자판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격은 한잔에 80엔에서 110엔 사이. 맛은 개인적으로 한국 것이 더 나은 듯 했다.
지금까지 일본에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자판기를 소개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취재진이 파악하지 못한 자판기들도 일본에는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길을 지나가다가도 ‘저 자판기에서는 또 뭘 팔고 있는걸까?’라는 호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도전, 편견과 상식’에 대한 결론이 있다면, 그것은 일본에는 정! 말! 로! 다양한 자판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위에 보이는 사진은 쌀 자판기의 모습이다. 10kg과 5kg의 쌀을 판매하고 있다. 쌀을 생산한 지역이나 생산년도에 따라 가격이 틀려진다. 10kg 짜리가 2000엔에서부터 비싼 것은 3400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자판기지만 정말 재미있는 자판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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