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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영어로 대화를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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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12 20:05:04 수정 : 2009-10-12 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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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경 청주대 어학교육원 교수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교관 10명 중 2명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울 만큼 낙제 수준이라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보다 영어 열풍이 거센 나라도 찾기 힘들 만큼 온 국민이 영어 교육에 힘을 쏟고 있지 않은가. 동네마다 영어학원이 들어차고 학생들은 방과 후에 영어학원으로 간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외국으로 보내는 조기유학에 기러기 가족까지 생겼다. 이렇게 영어를 익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어떻게 해서 여전히 영어로 대화가 안 된다고 할까.

우선, 요즘 유아교육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영어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배우는 외국어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냥 재미 정도로 가르쳐야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문자는 가르치지 말고 그저 그림책으로 동물이나 사물의 이름 또는 노래 정도를 익히는 것이 괜찮다고 본다. 이 시기에 문자를 가르치거나 하면 오히려 상급 학교에 갔을 때 역효과가 나 공부에 흥미를 잃을 염려가 크다.

다음으로, 어학은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초급에서 시작할 때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것처럼 재미있고 효과가 금방 눈에 보인다. 그러나 중급 정도에서는 지루하고 향상 기미도 별로 보이지 않아 거의가 이쯤에서 그만둔다고 본다. 그래서 영어를 하는 사람은 많은데 고급 수준을 구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무엇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수이다.

또한, 언어는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언어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 그 언어를 사용해 내가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랑스러운 단일민족이라는 생각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받아들여야만 자연스럽게 의사가 통하는 것이다. 어깨에 한껏 힘을 주고 어떻게 청바지를 즐겨 입는 사람과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한 번쯤은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곳은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인종에 대해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어느 장소건 간에 내외국인이 섞여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것이 규격화되고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학교에서 아무리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사회에서 쓸 수가 없는데 어떻게 잘 익힐 수 있겠는가. 현재 몇몇 영어마을이 조성돼 있기는 한데 이런 곳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태원 같은 길거리 문화가 조성돼 누구든 언제든지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고, 나중에는 각각의 문화가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마음을 여는 개방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렇게 섞이지 못하면 여전히 영어에 갈증을 느끼는 나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김옥경 청주대 어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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