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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타이밍이 중요, 사랑에는 성별이 없다

입력 : 2009-10-09 00:32:42 수정 : 2009-10-09 0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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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설렘과 떨림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는 소설가 김훈처럼, 사랑은 연인에게 불안과 아픔으로 더 기억될지 모른다. 두 편의 멜로 영화가 8일 동시에 개봉했다. 멜로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톱스타 정우성과 중국 신예스타 가오위안위안(高圓圓)을 내세워 사랑의 타이밍에 관해 말하는 ‘호우시절’과 성적 정체성 때문에 갈등을 겪는 세 남녀의 쿨한 연애담 ‘헬로우 마이 러브’(감독 김아론)가 그것이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답지 않게,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답지 않게 두 편 모두 밝고 따뜻한 느낌의 사랑 이야기다.

◇‘호우시절’.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중국 쓰촨성 청두에 출장을 오게 된 동하(정우성)은 미국 유학 시절 사귀었다고 기억하는 메이(가오위안위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은 자전거와 키스에 관한 엇갈리는 기억의 퍼즐을 하나 둘씩 맞춰가며 서로에 대해 마냥 설레고 두근거렸으나 사랑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던 그 시절을 흐뭇하게 떠올린다. 동하는 식대를 과다 청구하는 자신에게 지난날 시인의 꿈을 다시 일깨워준 메이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려 하나 메이는 어떤 연유인지 친한 친구 이상의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호우시절(好雨時節)’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쓰촨성에서 초당을 짓고 말년을 보냈던 두보의 시 ‘춘야희우’에서 따온 말이다. ‘좋은 비는 내릴 때를 알고 있다’는 뜻처럼 꿈도, 사랑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의미겠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 ‘행복’ 등 허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사랑이란 감정을 씁쓸하고 먹먹하게만 그리진 않는다. 감독은 그 좋은 때가 예전 서로를 바라봤던 대학 시절이 아니라 상대는 물론 자신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팬더와 술, 음식 등 쓰촨성 명물과 핸드헬드, 롱테이크와 같은 카메라 기법을 통해 두 사람의 낭만, 행복, 불안 뒤의 성숙, 희망을 이야기한다.

‘호우시절’은 원래 약 1년 전의 쓰촨성 대지진과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옴니버스 ‘아이 러브 청두’의 단편으로 기획돼 장편으로 선회한 영화다. 한중 합작으로 한국어보다는 영어, 중국어 대사가 대부분인데 주연들의 매력을 만끽하기에는 조금의 불편함도 없다. 말 위에서 내려온 정우성은 사랑 앞에서 들뜨고, 머뭇거리고, 상처받는 평범한 회사원 역에도 더없이 잘 어울림을 증명해 보이고 가오위안위안은 밝으면서도 여린, 뭇남성의 첫사랑 ‘로망’에 부합하는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감탄을 일게 한다. 동하의 눈치 없는 회사 동료로 나오는 김상호의 감초 연기는 웃음과 함께 삶의 페이소스까지 안긴다.

◇‘헬로우 마이 러브’.
◆사랑에는 성별이 없다=
사랑이 시들해진 여자친구를 떼어놓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말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헬로우 마이 러브’는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10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 원재(민석)에게서 “남자가 생겼다”라며 이별 통보를 받게 된 여자 진영(조안) 얘기다. 진영은 청취자들에게 각종 러브스토리와 연애 노하우를 들려주는 라디오 DJ. ‘안 보면 멀어진다’보다는 ‘마음은 결국 통하게 돼 있다’란 원재의 말을 기억하는 진영은 그에게 한 달만 하루는 동화(류상욱), 다음날은 자신과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 영화는 부잣집에 시집간 진영의 친구와 진영에게 끝없이 작업을 거는 라디오 PD 등 일부 캐릭터, 상처를 견뎌내고 다시 만난 세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결말 때문에 로맨틱코미디 느낌이 묻어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성 연인의 눈을 통해 본 동성애자의 사랑을 그린 퀴어 영화다. 남자친구에게서 프로포즈 대신 커밍아웃을 접하게 된 여자친구의 충격과 부정, 분노, 절망, 포기, 이해라는 감정 변화를 조안은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또한 “원재는 남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 동화를 사랑한 것”이라며 “이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기존 담론을 과감히 뛰어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동성애는 어둡거나 쓸쓸한 정조보다는 삶과 사랑에 관한 성찰을 향한 장치로 인식된다.

그렇지만 영화가 세 사람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 폭발하는 대신 번외 인물의 횡포에 의해 파국을 맞게 되는 구성과 영화 후반부 또다른 등장인물의 커밍아웃은 다소 느닷없게 느껴진다. ‘청연’ ‘이중간첩’ 조감독 출신으로 지난해 미개봉작 ‘라라 선샤인’을 연출했던 김아론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작하는 연인들’이란 제목으로 상영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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