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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경 ㈜부즈 대표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전략을 바탕으로 국내 캐릭터산업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
9년이 지난 지금, 뿌까는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사랑받는 한국 대표 캐릭터가 됐다. 플래시 무비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고 패션·게임·테마파크로 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달성한 소매매출 4750억원 가운데 약 97%가 해외에서 나왔다. 뿌까가 진출한 170여개국에 전용 브랜드숍만 300여개에 달한다. 세계를 사로잡은 뿌까의 비밀은 무엇일까? 뿌까를 탄생시킨 ㈜부즈의 김부경 대표를 6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다=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부경·유경 형제가 부즈를 연 것은 1999년, 아직은 IMF 한파의 여진이 남아 있던 때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개발·팬시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김부경 대표와 미디어 광고·출판에서 경력을 쌓은 동생 유경씨의 의기투합은 예정된 것이었다.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와 초기자본금 2000만원으로 형제는 ㈜부즈를 열었다. 달랑 컴퓨터 두대가 전부인 사무실은 소박했지만 앞으로의 방향은 뚜렷하게 잡혀 있었다. 캐릭터와 게임, 애니메이션이 어우러진 분야를 만들어야겠다는 것. 김부경 대표는 부즈 출범 때부터 한국의 디즈니가 목표였다. “한국은 출판분야는 물론, 애니메이션도 제작사와 방송사가 다 제각각 활동해요. 이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디즈니 같은 곳이 없죠. 결국은 우리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내에서 독특하고 재밌는 그림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반응을 얻을 때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홍콩에서 “뿌까 상품화 사업을 하고 싶다”며 제안이 온 직후 유럽의 인기채널인 ‘폭스키드’에서도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유럽에서 열린 캐릭터 전시회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때마침 당찬 이미지의 걸그룹 ‘스파이스 걸즈’가 인기를 끌면서 씩씩한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유럽시장의 호응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특별한 홍보가 없었음에도 뿌까의 부스에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바이어들로부터 “그렇지 않아도 찾고 있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개성있는 캐릭터로 세계를 공략하다=올해로 각각 탄생 80주년과 35주년을 맞은 미키마우스와 헬로키티는 모두 동물이 주인공으로 출신 국가를 특정하기 어렵다. 두 캐릭터 모두 파스텔톤 컬러를 주로 사용했다. 타깃층인 어린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출시 상품도 완구·문구류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즈의 선택은 달랐다. 뿌까의 검은 만두머리와 길게 찢어진 눈은 동양 여자아이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한다. 여기에 기존의 캐릭터에서 쓰지 않는 검정·빨강의 조합은 보는 이의 눈길을 끄는 일등공신이 됐다.
김 대표는 “타깃을 18∼23세로 잡으면서 성인들이 필요로 하는 패션상품을 중심으로 캐릭터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베네통, 피프스 선(Fifth Sun), 마이티 파인(Mighty Fine) 등 해외 유명브랜드와 캐릭터 라이선싱을 맺어 캐릭터를 적용시킨 디자인은 유럽과 남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7월에 열린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서는 곽현주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뿌까 컬렉션’을 내놨다.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과 레깅스, 액세서리를 아우르며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부즈는 이제 또 다른 모멘텀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1년 TV 애니메이션과 함께 전개할 새 캐릭터 ‘묘&가’는 코믹 어드벤처물로, 11∼16세가 타깃이다. 전래동화 ‘별주부전’에서 모티브를 땄기에 뿌까와 마찬가지로 동양적 특성이 녹아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각색해 새로운 캐릭터 사업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즈에서 직접 제작한 온라인 골프게임은 지난달 해외 세일즈를 시작해 유럽·남미·중국에서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부즈의 가장 큰 과제는 해외시장에서의 뿌까 성공모델을 국내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캐릭터=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만 진행하던 뿌까의 패션라인을 국내에서도 론칭할 계획이다. 오는 19일 서울패션위크에는 국내 캐릭터로는 처음으로 ‘뿌까 컬렉션’이 런웨이에 오른다.
내년이면 뿌까가 탄생한 지 10년을 맞는다. 뿌까의 열번째 생일파티는 워너브라더스 등 해외 메이저 파트너사들과 함께 열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내년 이맘때까지 해외 성공 모델을 접목해 뿌까의 브랜딩 모델을 한단계 올리고 동시에 뿌까의 새로운 비전을 해외에 다시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뿌까의 ‘재밌는 사랑이야기’는 계속 진화 중이다.
조수영·엄형준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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