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대학들과 남미의 히스패닉들이 가는 술집을 견학 했다. 공부하러 미국에 왔다가 유학 중 주말에 꽃을 팔아 공부를 하고 미국에 주저 앉은 동네 아주머니가 꽃장사를 팔자로 알고 살고 계신다. 동양인이지만 한국인은 아니다. 주말, 꽃을 파는 그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다녔는데 물론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함이 첫째이고 두번째는 꽃 파는 사람의 운전을 돕기 위해서였다.
몇년 후에 책을 출판 하려면 여러 곳을 보고 내가 모르는 세계도 알고 싶고 쓰고 싶기 때문이다. 차를 주차장에 대고 처음 따라 들어 간 곳은 넓은 무대가 딸려 있는 홀이었다. 옆에는 탁자들이 즐비하게 있는 걸 보면 아마 낮에는 식당을 하는 것 같다. 꽃 파는 중년 여인에게 아주 친절하다. 누구를 보나 상냥한 미소로 웃고 미소를 띄는 미국인들의 특유의 첫인상이 아주 기분을 좋게 한다.
문 밖엔 어느 술 집이든 경찰이 두어명 서성인다. 길거리엔 자원 봉사자 남녀 학생들이 순회를 하며 돌아 다니는데 우리 보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 맛사지나 약을 발라 주고 치료해 줄테니 언제든지 말하라고 한다. 참 별일이 다 있네…. 그 만큼 자원 봉사자들이 필요하다는 뜻일까?
꽃을 몇 송이 들고는 나는 따라 들어가서 취재 하기가 바빴다. 남녀 쌍쌍이 앉아 있는 아이들 중 주로 남자들이 꽃을 한송이 사서 여자친구에게 준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아이에, 스탠드 바에 높이 앉아 술마시는 사람들 하며 금요일 밤은 그렇게 보내는가 보다. 건전하지만 내 아이들은 이런데 안 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순전히 나의 이기심일까?
분위기가 아주 건전해 무슨 싸움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금요일은 그렇게 아주 기분 나쁘지 않은 견학을 하고 토요일은 장소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갔다. 남미 히스패닉들만 가는 전용 스탠드 바인데 대학생은 거의 없는 눈치이고 보통 근로자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친절하고 상냥하고 정이 깊은 것은 우리민족과 아주 비슷하다. 가식은 안 보이고 사람들이 정말 순하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자기 앞에 여자 친구에게 꽃을 한 송이 사서 주는 것 보다 한 사람이 몽땅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한 사람이 사면 이사람 저사람 모두 한 송이라도 사는 것이 아닌가. 남미인들은 꽃을 사고 돈을 지불하고는 저기 어느 옷 입은 여자 갖다주라고 하는 일이 잦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 내 손은 카메라를 만지작 거렸으나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결국 가방에서 카메라를 내놓지 못했다.
밤 10시 반에 시작한 꽃 장사, 술 집 견학은 1시나 되서야 끝났다. 두 세시간 걸으니 다리가 아팠다. 자동차 안에 들어와서 좀 앉아 있는데 남녀 몇 사람이 술 집에서 나온다. 청년 두 사람이 몸을 부딪치며 몸싸움을 하며 나온다. 여자 두 사람이 우리 차에 와서 문 좀 열어 달라고 하니 얼른 열어 주었다. 사내들이 싸움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보다. 좀 걱정이 됐다. 전 날 대학가에선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여긴 좀 다르구나 하는데 다른 쪽에서 경찰들이 걸어온다. 싸움을 하던 두사람은 치고받고 하더니 경찰을 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을 멈춘다. 그리고 악수를 하고는 여자아이들 보고 나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들은 밤속으로 사라지고 우리도 집에 돌아 왔다.
이틀 동안 아주 좋은 구경을 했다. 잊혀지지 않는 것은 손님이 아주 많은 어느 술 집에 주인이 한국사람이란 것에 정말 놀랐다. 손님은 한국 사람 하나도 없는데 주인은 분명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우리가 한국인인 줄 알고 더 친절히 하는 느낌도 들었다.
언제 다시 가볼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30여년 만에 술 집이란 곳을 갔다 왔다. 내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마술의 마술 나라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밤 2시까지 술을 마시며 노는 담배연기 자욱한 그런 문화를 결코 찬양 할 수 는없으나, 그래도 한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한잔 하면서 마음이 기쁘다면 그런 세계는 그 나름대로 낭만이고 그들의 천국이란 생각도 든다. 술 못마시는 내가 애주가 들의 기분을 알리없지만 그래도 아주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 온 것 같다.
유노숙 뉴욕 통신원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50.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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