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유골은 ‘루시’로 불린다. 발굴단이 비틀스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따서 명명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고생물학, 고고인류학과 무관한 일반인도 대체로 첫 조상으로 여기는 추세다.
루시가 정말 인류의 조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증이 부족하다. 인간 몸에는 208개의 뼈가 있지만 루시의 남은 뼈는 반쪽 골격의 28%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인지도 모른다. 몸집이 작아 그렇게 추정할 따름이다.
신중을 기하자면 인간 유골이란 표현조차 과하다. 차라리 ‘호미니드’ 유골이라고 해야 한다. 인간은 호미니드 과(Family) 호모 속(Genus) 사피엔스 종(Species)이고, 루시와 인간 관계는 온통 불분명하니까.
새 유골이 1일 ‘사이언스’지에 공개됐다. 440만년 전쯤에 동아프리카에서 산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아르디)’다. 1992년 발굴된 뒤 복원작업을 거친 아르디는 키 1.2m, 몸무게 54kg 정도의 여성이라고 한다. 루시보다 시기적으로 100만년 이상 앞선다. 루시에게 영광을 앗아갈 막강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연구진은 조심스럽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팀 화이트 교수는 “아르디가 인류의 직계조상인지, 침팬지와의 공동 조상인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연구진에 없지 않을 자긍심은 “전혀 알지 못하던 시대와 장소의 타임캡슐을 열었다”는 정도로만 피력됐다.
21세기 고고인류학 이해도는 1970년대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도 확신과 확언은 어렵다. 가장 기초적인 유골 자료가 여전히 너무 적다. 지금까지 발견된 선사시대 유골은 트럭 한 대에 다 실릴 분량밖에 안 된다고 한다. 연구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일 수밖에 없다. 그런 판국에 어찌 단언이 가능하겠는가.
아르디 연구진에게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인류의 시원을 찾는 것이 그 얼마나 막막한 과제인지도.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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