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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왕의 월드 스코프]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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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17 17:23:20 수정 : 2009-09-17 17: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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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神 강림” 전설 어린 호반마을 고원을 비추는 햇살이 붉은빛을 더해가고 대기가 싸늘한 냉기를 머금기 시작하면 안데스 고원에도 밤이 찾아오고 있음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티티카카 호수에도 태양은 저물고 있었다. 아무리 높은 곳에 서 있더라도 지구의 반대편을 볼 수는 없으니까. 나는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푸노를 떠나 호수를 왼쪽으로 보면서 언덕길을 따라 볼리비아의 국경으로 향했다.

◇물새 모양을 한 원주민들의 갈대 배.
지금 돌이켜보면, 저녁이 다되어서 길을 떠나는 우매한 짓이 나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늦은 햇살이 호수에 만들어내는 반짝임에 마음이 설레었고 고지대의 산소 부족이 판단을 흐리게 하였다고나 할까?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선이 수면을 가로지르고 있다. 또 페루의 도시인 푸노와 볼리비아 쪽 도시인 코파카바나가 얼굴을 맞대고 있어서 푸노에서 국경을 넘으면 이내 코파카바나에 도착하게 된다(브라질의 코파카바나 해변과는 다른 곳). 

◇마을 골목에서 열리는 재래시장.
국경에 도착한 나는 그냥 걸어서 국경을 넘기로 하였다. 말이 국경이지 좁은 언덕길 너머 옆으로 조그마한 초소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낡은 군복을 입은 초병이 다가왔지만 아무 말 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너무도 쉽게 볼리비아로 들어섰지만 막상 그곳에는 땅거미가 지는 황무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도 없는 국경 앞에 나같이 엉뚱한 이방인을 기다리는 고물 택시가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택시는 털털거리면서 시골길을 달렸고 몇몇 주민을 더 태우고는 한밤중에 코파카바나에 도착했다.

푸노와 함께 티티카카 호수 연안에 자리 잡고 있는 코파카바나는 크기는 작지만 대단히 오래된 도시로서 마을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그 옛날 잉카제국의 신이 티티카카 호수로부터 강림하여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고 하며 그로 인해 마을들이 형성되었다. 코파카바나는 잉카제국의 핵심인 페루의 쿠스코 같은 도시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잉카의 기원을 이룬 곳으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스페인 시대의 걸작 건축물인 카테드랄과 원주민들의 축제 행렬.
그러나 16세기 스페인의 침략과 잉카제국의 멸망은 코파카바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을은 스페인인들이 새로 건설하여 유럽의 도시처럼 변하였고 지금도 코파카바나에는 스페인풍의 거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의 코파카바나는 인디오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토속적 색채가 아주 짙으며, 예부터 전해오는 풍습도 많은 부분이 남아 있다.

◇볼리비아의 민족 영웅인 아바로아 기념상.
도시의 평균 해발고도가 3900m에 달해 기온이 서늘하면서 햇살이 강하고 산소의 농도는 저지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볼리비아의 위도는 열대지방에 속하지만 국토의 상당 부분이 안데스 고원지대여서 연중 서늘한 날씨가 계속되고 밤에는 꽤 춥다. 반면 안데스 고원을 제외한 국토의 대부분은 열대우림지역으로 연중 무덥고 습하다.

이렇듯 볼리비아의 자연은 극과 극을 이루고 있어 여행자에게는 무척 흥미롭다. 만년설이 덮인 안데스 산맥을 바라보다 잠시 산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울창한 정글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과거 찬란한 잉카제국의 한 자락을 이루었지만 오늘날 볼리비아의 현실은 그다지 밝지가 않다.

흔히 볼리비아를 가리켜 역사보다 쿠데타 발생 횟수가 더 많은 나라라고 한다. 스페인의 식민통치를 벗어나 1825년 독립 공화국을 세운 이래 수많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였고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남미 최빈국으로 전락하였다. 현재는 첫 원주민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가 상황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코파카바나의 중심은 대부분 스페인식 도시처럼 카테드랄(Cathedral·대성당)이 있는 아르마스 광장이다. 스페인의 영향은 독립 후에도 크게 변함이 없고 대부분의 주민은 가톨릭 신자들이다. 카테드랄은 1570년에 지어진 무리시 양식(Moorish: 북아프리카와 남유럽 특히 이베리아반도에서 생겨난 이슬람 관련 건축 양식)의 백색 건축물로서 시골인 코파카바나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다.

◇티티카카 호수와 호반 마을.
티티카카 호수 인근 각지에서 원주민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데, 특히 성모와 관련된 축제 시기에는 성당 앞으로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원주민들의 긴 행렬이 이어진다. 첨탑을 중심으로 길게 이어지는 회랑은 단아하면서 아름답고 외벽은 항상 새롭게 칠하여지는 듯 눈부신 백색으로 빛나고 있다.

성당 앞 광장에는 인근 마을에서 모여든 인디오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공예품을 팔고 있다. 공예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색상의 직물과 목공예품을 들 수 있다. 자연 염료로 일일이 염색한 굵은 실로 공들여 만든 수공품이지만 값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인디오들은 하나같이 형형색색 원색의 실로 짠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데 그 색채의 아름다움이 예사롭지가 않다. 광장에서 옆길로 빠지면 골목을 따라 재래시장이 열리고 샛길에는 식당도 많이 모여 있다. 주변 마을의 인디오들은 그들이 재배한 곡물과 채소,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이곳을 통해 판매한다.

도심을 빠져 나와 호반으로 나오면 수평선과 하늘이 닿아 있는 드넓은 티티카카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변 한 곳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흉상이 서 있다. 에두아르도 아바로아(1838∼1879)의 기념상으로서 그는 칠레의 태평양전투에서 시민군을 이끌고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볼리비아의 영웅이다.

드넓은 호수 점점이 자리 잡은 섬들은 한때 잉카의 후예들이 살던 마지막 피난처였고, 그들의 삶의 양식을 지켜준 보루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의 모습 어느 곳에서도 ‘태양의 제국’, ‘황금의 제국’이라 불리던 잉카의 영광을 멀리서 온 이방인이 그려보기는 어려웠다. 잉카 제국의 기원을 이룬 코파카바나에는 푸른 호수만이 눈앞에 있을 뿐이다. 호수와 함께 안데스 산맥의 빛나는 만년설을 바라보며 흘러간 긴 세월을 짐작해볼밖에.

여행작가

〉〉 가는 길

대부분의 여행자는 볼리비아 최대의 도시이며 행정수도인 라파즈를 통해 코파카바나로 간다. 라파즈는 미국과 남미 각국에서 직항편이 운항한다. 라파스에서 코파카바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의 거리이다. 페루에서 국경을 걸어서 넘어 볼리비아로 가는 여행자들은 국경초소에서 반드시 여권에 스탬프를 받도록 하자. 아니면 나중에 볼리비아에서 출국할 때 밀입국자 취급을 받아 낭패를 볼 수 있다. 바로 필자의 경우로서, 라파스 공항에서 출국하려다가 꼼짝없이 발이 묶일 뻔했다. 코파카바나의 호텔은 몇 개 되지 않지만 아주 저렴하다. 그중 비교적 괜찮은 곳인 코파카바나 호텔은 스페인 스타일의 운치 있는 호텔로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 전통음식

티티카카 호수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납작하게 잘라 버터를 두른 팬에 구워 내는데 구수한 옥수수 빵과 함께 먹는다. 인근 식당에서는 스페인식 파에야(고기와 해산물을 함께 볶은 쌀 요리)와 함께 물고기 요리를 팔고 있다. 또 라마(안데스 고산 지방의 가축) 고기와 감자를 함께 끓인 수프는 원주민들의 전통음식으로 양파와 곁들이면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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