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중 방어율 유일한 0점대… 20S도 눈앞

유동훈은 1일 부산 롯데전까지 올시즌 무려 50경기에 등판해 60과 3분의 2이닝이나 던졌지만 자책점은 단 4점에 불과하다. 시즌 방어율은 0.59. 8개 구단 마무리 투수 가운데 유일한 0점대 방어율이다. 유동훈은 1일 경기에서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4-3 한 점차로 앞선 박빙의 9회말에 등판해 세이브를 따냈다. 첫 타자 김민성을 2루수 땅볼로 솎아낸 유동훈은 김주찬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후속 이승화를 2루 베이스 옆으로 흘러가는 큰 바운드의 타구를 유도해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 한숨 돌렸다. 다음 타자는 타격 1위(0.374) 홍성흔. 큰 것 한 방이면 역전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유동훈은 볼카운트 2-1에서 홍성흔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유동훈은 시즌 17세이브(5승2패10홀드)를 챙겼고 KIA는 신나는 4연승을 달리며 선두 굳히기에 들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유동훈은 최근 등판한 10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하는 눈부신 투구를 뽐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버텨주고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면 유동훈은 ‘화룡점정’ 격으로 KIA의 연승행진을 마무리 짓고 있다.
유동훈은 올 시즌 중간계투로 시작했다. ‘마당쇠’처럼 팀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붙박이 마무리로 낙점된 한기주가 세이브 상황에서 8번이나 불을 지르자 소방수로 대신 투입되기 시작했다. 유동훈은 향상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두둑한 배짱과 커브, 싱커 등 낙차 큰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농락했다. 특히 ‘명품’으로 불리는 커브가 단연 돋보인다.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칠 정도로 휘는 각도와 변화의 폭이 그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주무기인 싱커와 함께 던지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옆으로 휘고 밑으로 떨어지는 등 춤추는 변화구에 타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기주에게 계속 기회를 줬던 조범현 KIA 감독도 이제는 “유동훈이 마무리의 키”라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연투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판 간격과 투구 이닝까지 조절해주며 유동훈을 배려하고 있다.
유동훈은 선동렬 삼성 감독이 해태 시절 밟아본 0점대 방어율과 20세이브 고지 등정에 도전하고 있다.
KIA가 남겨둔 17경기에서 3세이브만 추가하면 가능하다. 현재 구위로 볼 때 집중타를 얻어맞아 방어율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0점대 방어율과 20세이브 기록은 선동렬 감독이 해태에서 뛰던 1993년(0.78·31세이브), 1995년(0.49·33세이브) 두 차례 작성했다.
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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