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비담 이어 ‘추노’ 주인공 등 대기 ‘남자’가 돌아온다.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애가 강한 남자를 의미하는 ‘초식남’은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 강인함과 남성성으로 섹스어필하는 남자를 뜻하는 ‘육식남’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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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추노’에서 거칠고 강인한 무사 역을 맡은 오지호. |
아이돌 그룹에도 육식남 바람이 거세다. 멋진 근육과 남성성을 강조한 춤 동작으로 ‘짐승돌’, 즉 짐승 같은 매력이 있는 아이돌이라 불리는 2PM이 대표적. 2PM의 멤버 옥택연은 백지영의 신곡 ‘내 귀에 캔디’에서 거칠게 내지르는 ‘짐승랩’으로 누나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강한 남자의 귀환’은 초식남 열풍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초식남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여성 시청자들은 본능에 충실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전통적 남성성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가를 점령한 육식남은 과거 ‘마초맨’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종영한 MBC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의 오혜성(윤태영 분)은 대표적인 마초 캐릭터. 하지만 엄숙한 모습으로 일관한 나머지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조용히 사라졌다.
육식남은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운 면을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2PM은 무대에서 남성미가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귀여운 남동생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선덕여왕’의 비담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베어버리면서도 한순간 해맑게 웃으며 천진한 모습을 내놓는다. 동시에 “(덕만을) 왠지 도와주고 싶다”며 여심을 흔드는 대사도 잊지 않는다. 조민준 드라마평론가는 “‘나쁜 남자’ 등으로 대표되는 마초성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육식남은 강한 남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현실이 타협점을 찾은 형태”라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TV에 육식남이 더욱 넘실댈 예정이다. 도망친 노비와 이를 쫓는 노비 사냥꾼을 다루는 ‘액션 사극’을 표방한 KBS드라마 ‘추노’에서 대표적인 몸짱 배우 오지호·장혁이 거친 남자의 매력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병헌·T.O.P가 출연하는 국내 최초 첩보 스파이물 ‘아이리스’도 남성성 강한 주인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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